
다시 터졌다. 화려한 9월의 추억도 아련해진 12월에 터진 한 방이 토트넘 손흥민을 향한 기대감을 다시 높이고 있다. 4일(한국시간)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벌어진 스완지시티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홈경기 도중 환상적인 가위차기로 골 맛을 본 손흥민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출처|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한국축구의 ‘기둥’ 손흥민(24·토트넘)을 따라다니는 수식이 있다. ‘겨울잠 청하는 선수’라는 표현이다. 기량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하지만, 축구계에선 종잡을 수 없이 들쭉날쭉한 그의 기복을 걱정한다. 잘 풀릴 때는 한 없이 잘 되는 것 같은데,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침묵이 너무 오래 간다. 공교롭게도 날씨가 추워지는 때마다 잠잠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시즌 중간인 겨울이적시장 때 손흥민의 이름이 끊임없이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로 ‘겨울 침묵’을 꼽기도 한다.
다행히 다시 폭발했다. 손흥민은 4일(한국시간)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벌어진 스완지시티와의 2016~2017시즌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홈경기에서 1골·1도움을 올리며 팀의 5-0 대승에 앞장섰다. 좌우 측면을 부지런히 오가며 동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은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전반 막판 진가를 발휘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슛이 상대 수비수를 맞고 흘러나오자, 그대로 오른발 가위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올 시즌 리그 5호 골이다.
올 시즌에도 부침이 길었다. 최상의, 또 최선의 가을수확을 했기에 아쉬움이 컸다. 손흥민에게 9월은 아주 화려했다. CSKA모스크바(러시아)와의 2016~2017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를 포함해 5골·1도움을 올렸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선 그를 ‘이달의 선수’(9월)로 선정했다. 그런데 여지없이 징크스가 이어졌다. 10월부터 제동이 걸렸고, 11월까지 조용했다. 이날 스완지시티를 상대로 득점하기까지 정확히 10경기를 흘려보냈다. 선수 개인에게나, 팀으로서나 반전이 절실할 때 다시 깨어난 것이다.

현지에서도 손흥민을 칭찬하기 바쁘다. 불과 얼마 전까지 ‘골칫거리’라며 그의 기복을 질타했던 영국 매체들은 ‘환상적인’, ‘믿을 수 없는’ 등의 표현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브닝 스탠더드는 “토트넘이 이날 펼친 쇼의 진짜 주연은 손흥민이다. 정말 환상적인 골”이라고 했고, 토트넘에서 현역시절을 보낸 뒤 지휘봉도 잡았던 클라이브 앨런은 BBC 라디오에 출연해 “(손흥민이) 믿을 수 없는 슛을 날렸다. 그의 엄청난 재능에서 비롯된 장면”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의 국가대표팀도 긴 잠에서 다시 깬 손흥민이 반갑기만 하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후반부 레이스가 재개될 내년 3월까지 유럽리거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중국 원정을 떠나게 될 이 무렵의 K리그는 시즌 초반이라 국내파의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다. 손흥민을 향한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