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버티는 힘으로 만든 ‘2일천하’

입력 2016-12-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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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현대캐피탈 리베로인 여오현 플레잉코치(38)는 8일 수원 한국전력전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한 뒤, 침체된 선수들에게 이런 당부를 전달했다. “우리 팀은 잘하는 팀이 아니다. 잘할 수 있는 팀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런 마음으로 뭉친 현대캐피탈은 11일 홈코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25-19 26-24 24-26 25-23)로 잡았다. 승점 29(10승5패)로 단독 1위가 됐다. 현대캐피탈보다 1경기 덜 치른 3위 한국전력(승점 26)과 2위 대한항공(승점 28)에 곧 1위를 뺐기겠지만 그 자체로 가볍지 않다. 최태웅 감독이 강조했던 “절박함”의 가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불과 3일 전, 한국전력전의 여파를 걱정했는데 빗나가지 않았다. 체력소모가 극심했고, 그나마 역전패를 당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최 감독은 무언의 침묵으로 선수단 전체에 메시지를 주려 했다. 선수들은 악조건에서 끝내 버티는 악착스러움으로 응답했다.

사실 11일 OK저축은행전은 현대캐피탈의 고질적 문제점이 쏟아져 나온 경기였다. 외국인선수 톤은 리시브가 계속 불안했다. 소심한 성격이라 공격(9득점, 공격성공률 34.78%)까지 흔들렸다. 세터 노재욱도 3세트까지 주 공격수 문성민의 능력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다. 문성민의 공격성공률이 30%대에 머무르자 득점 활로가 막혔다.

그럼에도 현대캐피탈이 OK저축은행에 반걸음 앞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신력이었다. 리베로 여오현은 넓어진 서브 리시브 범위를 감당했고, 30대 후반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순발력으로 슈퍼 디그를 선보였다. 최 감독은 2016~2017시즌 여오현을 교체 없이 전 경기 출장시킬 정도로 신뢰감을 보여주고 있다. 45세까지 현역을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 식단조절과 필라테스 위주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개인훈련 메뉴로 특별관리를 해주고 있다.

1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경기가 열렸다. 3세트 현대캐피탈 이시우가 서브에이스 득점에 성공 후 문성민의 축하를 받고 있다. 천안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현대캐피탈 승리의 일등공신은 서브였다. 교체 투입된 이시우가 고비 때 서브에이스 2득점을 올려준 것을 비롯해 9점이 서브에서 나왔다. 현대캐피탈 센터 최민호는 4세트 막판 수비를 하다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했으나 “끝까지 뛰겠다”고 간청했다. 최민호는 아픈 발목에도 불구하고 유효블로킹까지 해냈고, 현대캐피탈은 에이스 문성민의 백어택으로 끝내기에 성공했다. 문성민은 11실책을 했으나 막판 승부처 활약으로 19득점(공격성공률 47.05%)을 올려 현대캐피탈의 ‘해답’임을 증명했다. OK저축은행은 송명근(24득점) 한 명의 활약으로는 팀 현대캐피탈을 이길 수 없었다.

한편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에서는 최하위 도로공사가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2(25-15 26-28 25-17 28-30 15-10)로 잡는 파란을 연출하며 9연패 악몽에서 벗어났다.

천안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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