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데뷔 10년차인 삼성생명 최희진은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에서 개인 한 시즌 최다 득점, 최다 3점슛 성공 기록 등을 새롭게 작성하며 농구인생의 전환기를 스스로 열고 있다. 사진제공 | WKBL
개인 한 시즌 최다 득점·최다 3점슛 성공
“열심히 한 대가 나와” 눈물과 땀의 결과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최희진(29·180cm)은 데뷔 10년차 전환기를 맞았다. 좋은 신체조건에 괜찮은 외곽슈팅 능력을 지녔음에도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해 늘 식스맨에 머물렀다. 2015∼1016시즌에도 수비력이 부족해 경기당 9분 정도를 뛰는 데 그쳤다. 그러나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개막 이후에는 주전으로 도약해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희진은 7일 벌어진 KDB생명과의 홈경기에서 팀 내 최다인 19점을 책임졌다. 3점슛을 6개나 적중시켰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과 최다 3점슛 기록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최희진은 올 시즌 경기당 31분29초를 뛰고 있다. 평균 20분 이상 출전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또 경기당 7.4점을 넣고 있는데, 이 또한 데뷔 이후 한 시즌 최다 득점이다. 3점슛은 총 26개를 성공시켜 역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3점슛 성공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3점슛 성공률 38.2%도 역대 개인 최고다.
최희진이 이만큼 달라질 수 있었던 비결은 비시즌을 땀과 눈물로 보낸 덕분이다.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최희진이 슛에 재능이 있음을 눈여겨보고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게 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주문했다. 노마크 찬스가 아니면 슛을 시도하기 힘들었던 최희진에게 많은 움직임에 이어 슛을 하는 훈련을 시켰다. 슛 한 개를 하더라도 최대한의 스피드로 수비를 따돌리는 움직임을 이어간 뒤 시도하게 했다. 슈팅 타이밍도 더 빠르게 하도록 바꿨다. 자연스럽게 하체근력 강화와 체력 훈련이 됐다.
삼성생명 최희진. 사진제공|WKBL
그러나 프로 9년간 몸에 밴 습관을 고치기는 쉽지 않았다. 남자들도 하기 힘든 훈련을 소화한 터라 숨이 목까지 차올랐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때로는 울면서 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어려운 과정을 겪은 끝에 전지훈련 때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일본팀과의 연습경기에서 자주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이를 확인한 임 감독은 최희진을 올 시즌 개막전부터 주전으로 발탁했다. 막상 개막하니 감독의 기대에 못 미쳤다. 처음으로 주전이 됐다는 부담감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 슛이 하나 안 들어가면 수비 집중력도 떨어졌다. 임 감독은 “슛은 안 들어가도 좋으니 계속 던져라. 그 대신 슛이 안 들어가면 다음 동작에 신경 써라. 수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최희진은 지난달 11일 KDB생명전에서 시즌 첫 두 자릿수 득점(19점)에 성공했다.
최희진은 “아직도 주전으로 나가면 부담감을 갖는다. 슛을 던져도 안 들어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녀는 “아직 슛에 기복이 있는 것 같아서 이 부분을 더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희진은 눈물이 많기로 소문났다.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눈물의 의미가 달랐다.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애쓰면서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눈물이었다. 최희진은 “사실 훈련은 우리 팀 선수들 모두가 힘들었고, 그만큼 열심히 했다. 나만 그렇게 한 게 아니다”라면서도 “잘 버티고 열심히 한 대가가 나오는 것 같아 기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의 페이스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더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