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패배자’ 김보성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ROAD FC 035 월터급 스페셜매치에서 종합격투기 데뷔전에 나선 탤런트 김보성(오른쪽)이 곤도 데츠오에게 유리한 위치에서 파운딩 공격을 퍼붓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웰터급 스페셜매치 눈 부상 ‘TKO패’
“아이들 위해 온몸 던지고 싶었는데…”

타이틀방어에 나선 3명의 챔피언은 웃었다.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옥타곤에 올랐던 김보성은 잘 싸웠지만 불운으로 울었다.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ROAD FC 035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김보성의 종합격투기 데뷔전이었다. 상대의 러키 펀치가 승패를 가름했다. 격투기 베테랑 곤도 데츠오와의 웰터급 스페셜매치에서 1라운드 2분35초에 오른쪽 눈 부상을 당한 김보성은 경기를 스스로 포기했다. 공식기록은 TKO패다.

김보성은 타격전에서 상대를 다운시켰지만 서두르다 그라운드 반격을 허용했다. 암바에 걸려도 포기하지 않고 빠져나와 이길 수도 있었지만 스댄딩 상태에서 상대의 오른쪽 스트레이트에 오른쪽 눈을 맞은 뒤 경기를 포기했다. 김보성은 “예전에 왼쪽 눈을 다쳐 실명상태다. 오른쪽 눈에도 소프트렌즈를 끼는데 주먹을 맞는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아내와 오른쪽 눈을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가드를 안올린 것이 패인이 됐다.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온몸을 던지고 싶었는데 아쉽다. 너무나도 죄송하다”고 했다. 이기고도 찜찜했던 곤도는 재대결을 원했다. 김보성은 “내 눈 상태가 파이터로서 도전은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 더 이상의 격투기선수 생활을 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패배하고도 관중의 큰 박수를 받은 김보성은 대전료 전액을 소아암 환자 수술비로 기부했다. ROAD FC도 경기의 입장수익 전액을 내놓았다. 김보성은 수술이 필요한 안와골절 진단을 받았다.

한편 챔피언들은 벨트를 지켜냈다.

2차 타이틀방어전에 나선 라이트급 권아솔은 사사키 신지에게 TKO 승리를 거뒀다. 5월 구아바라 기요시에게 18초 만에 패배를 당했던 권아솔은 “무조건 1라운드에 KO로 끝낸다”는 장담대로 1라운드 3분37초 만에 경기를 마쳤다. 스탠딩 타격으로 경기를 끌고 간 뒤 오른손 훅을 사사키의 턱에 꽂아 승기를 잡았다. 상대가 쓰러지자 위에서 파운딩 공격을 퍼부어 주심의 경기중단 판정을 이끌어냈다. 권아솔은 통산 21승(9패)째 사사키는 10패째(17승3무)를 각각 기록했다.

3개월 만에 타이틀방어에 나선 초대 무제한급 챔피언 마이티 모는 주먹 3방으로 경기를 마감한 뒤 10명의 자식들이 기다리는 하와이로 돌아갔다. 1회 시작하자마자 카를로스 도요타의 공격을 몸으로 받으면서 전진해 들어간 뒤 오른손 훅에 이어 왼손 훅이 얼굴에 꽂혔다. 상대가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서자 오른손 어퍼컷을 날렸다. 도요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70초 만이었다. 마이티 모는 11승째(5패) 도요타는 9패째(8승)를 각각 기록했다.

미들급 1차 타이틀방어전의 차정환은 악전고투했다. 도전자 최영에게 2라운드까지 3번이나 테이크다운을 당하는 등 혼났다. 3라운드 간신히 경기를 무승부로 몰고 간 뒤 연장전에서 왼손펀치 덕분에 승기를 잡았다. 차정환은 13승째(3무6패) 최영은 11패째(21승3무)를 각각 기록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