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주도하는 각종 국제대회는 과도한 상업주의로 우려를 사고 있다.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올해 클럽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FIFA의 대회 규모 확대 추진과 중국기업들의 물량공세가 맞물려 경기장 안팎에서 상업성이 두드러진다. 오사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국제축구연맹(FIFA)은 철저히 상업적이다. 스폰서 확보, 중계권 판매 등을 통한 수익창출에 지나치게 목을 매고, 이윤추구에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축구계는 올해 8월 별세한 주앙 아벨란제 전 FIFA 회장으로부터 시작된 축구의 상업화가 축구의 본질을 흐리고, 경기의 질을 떨어트린다며 우려하고 있다. 온갖 비리로 말미암아 불명예 퇴진한 제프 블래터 전 회장에 이어 FIFA를 이끌게 된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 체제에서도 이러한 기조에는 큰 변함이 없다.
하계올림픽과 함께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월드컵은 차치하더라도, 비교적 소규모인 클럽월드컵도 이 같은 흐름을 피하지 못한 분위기다. 인판티노 회장은 2026년 월드컵부터 본선 출전국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클럽월드컵의 규모 확대도 추진하고 한다. FIFA는 각 대륙 챔피언 6개 클럽과 개최국 대표 클럽 등 7개 팀이 토너먼트를 치르는 현재의 방식을 넘어 출전팀을 32개까지 늘리려고 한다. 변경시기는 2019년이 유력하다.
당연히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국가대표팀들의 월드컵처럼 대륙 지역예선 등 뚜렷한 출전 기준을 정하기 애매한데다, 개최시기 역시 선뜻 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FIFA의 계획대로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까지 치르게 되면 대회 일정이 너무 늘어진다. 아시아권만 해도 중동은 추춘제, 동아시아 권역은 춘추제 형태로 리그를 진행하기에 선수단 휴식기와 새 시즌 준비 등으로 모두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결국 일부 출전팀들은 제대로 쉬지 못하거나 미처 몸을 만들지 못한 채 황급히 대회에 나서야 하므로 경기의 수준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비록 무산되긴 했으나, 다수의 국내 팬들이 ‘아시아 챔피언’ 전북현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지구방위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4강 격돌을 기대했던 것도 이 같은 매치업이 쉽게 성사될 수 없기 때문이다. 희소성이 대회의 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더욱이 클럽월드컵은 이미 충분히 상업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올해 대회에선 일부 중국기업들의 ‘침공’이 두드러진다. FIFA의 공식 파트너로 부동산기업 완다그룹이 참여했고, 타이틀 스폰서는 굴지의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가 맡았다. 경기장 전광판에 관련 기업 광고가 흘러나오고, 장내 아나운서는 잊을 만하면 “알리바바와 함께 하는”이란 말을 후렴구처럼 외치며 스폰서를 홍보해주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FIFA는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클럽대항전 창설에도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물론 클럽월드컵과는 별개다.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의 대회 6강전에 이어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와의 5·6위 결정전까지 전북이 2차례 경기를 치른 오사카 스이타 스타디움에서 만난 각국 취재진과 대회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낯설다. 중국 슈퍼리그(1부)로 유명 선수들이 향하고 있어도 아직 중국은 축구와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기업이 참여하고 이끌어가는 FIFA 대회는 더 어색하다. 익숙해지려면 좀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