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신데렐라’였던 양파,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입력 2016-12-23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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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파. 사진제공=(주)랑

1997년 ‘애송이의 사랑’으로 데뷔를 하자마자 가요계의 신데렐라가 됐던 가수 양파(본명 이은진). 혜성처럼 등장했던 그는 1999년 음악공부를 위해 미국 보스턴 버클리 음대(퓨전 음악 전공)로 유학을 떠났다. 틈틈이 음악작업을 했고 앨범도 가끔씩 냈지만 대중 앞에 나서지 않은 채 아티스트의 길을 홀로 걸었다. 원치 않은 공백기도 있었다. 그랬던 그가 2016년 대중 앞에 다시 섰다. 2011년 ‘엘레지 누보’ 이후 5년 만에 자신의 목소리를 뮤지컬 ‘보디가드’에 쏟아 붓고 있는 것.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양파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간만에 취재진 앞에 선 양파는 밝아보였다. “아니, 요즘 기자들은 다 동안인가봐요”라는 말을 먼저 꺼내는 등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뮤지컬 이야기로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한 양파는 머지 않아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했다.

유난히 힘들고 길었던 공백이었기에 밝히긴 곤란할 수 있었지만 양파는 담대했다. 그는 “개인적인 성향도 원인일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소속사 문제였다”고 말했다.

양파의 가수 인생에 문제가 생긴 것은 전 소속사 대표와 전속 계약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2005년 1월 소송이 제기됐고 이듬해 양파가 승소하기 전까지는 음악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이후 다른 소속사를 만나 재기하는 듯했으나, 그럴 때마다 회사에 문제가 생기거나 이권개입으로 인해 가수 생활을 멈춰야 했다. 그 때를 회상하던 양파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테이블에 있던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았다.

“가수 생활을 포기하려고 했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으니까. 소송과 함께 했던 20대 시절이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살았다. 하루하루 울면서 버텼다. 그 때 받았던 고통에서 회복됐다고 말할 수 없지만 또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살고 있다.”

양파는 지난해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통해 모습을 비춘 적도 있었다. 힘든 일을 겪고 난 뒤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노래를 불렀다.

당시 소속사가 없어 주변 지인이 매니저 역할을 대신했다. 그는 “‘나가수’때 보여드리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편곡이나 오케스트라 등 모든 과정에 신경을 썼다. 머리를 써야 하는 작업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옷도 직접 고르고 샀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열심히 안 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양파가 ‘나가수’를 열심히 한 데는 노래에 대한 갈증뿐 아니라 한 가지 이이유가 더 있었다.

“‘나가수’ 담당 감독님과 과거에 인연이 있었다. 내겐 미안한 인연이다. 그 때 내가 방송 사고를 낸 적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회사에서 활동조차 못하게 했을 만큼 큰 사고였다. 그 PD가 바로 ‘나가수’ PD분이었다. 그런데 직접 집 앞까지 찾아와서 섭외하고 싶다고 하셨고 나 역시 과거 실수를 사죄하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 그런데 그 ‘나가수’가 내게 위로를 줬다. 함께 했던 가수들과 스태프 분들까지 정말 좋았다. 마치 하늘에서 복을 주신 기분이었다.”

덕분에 양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내년에는 가수 양파로서 팬들에게 나선다. 뮤지컬을 마치면 앨범 작업에 들어가 상반기에 싱글이나 정규 앨범을 낼 생각이다.

내년은 양파가 데뷔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별 다른 콘서트 등은 계획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그동안 알차게 활동을 했다면 특별한 뭔가를 했을 텐데 사실 계산을 해보면 꽉 채워 7년 정도다”라며 “그리고 20년이 됐다고 하면 왠지 오래된 가수 같지 않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내년을 기대를 하겠다고 하자 양파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열심히 해보고 싶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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