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오승택. 스포츠동아DB
롯데 오승택(25)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부상으로 1년을 허비했다는 자책과 내년 시즌 제자리를 찾아야한다는 각오가 함께 묻어있었다.
오승택은 장차 롯데 내야를 책임질 대형 유망주로 손꼽히는 자원이다. 186㎝·88kg이 말해주는 다부진 체격조건과 장타를 겸비한 타격능력은 또래 선수들 가운데 으뜸으로 통한다. 2013년 경찰야구단 제대 후엔 성장가능성도 보였다. 지난해 122경기에 나와 타율 0.275, 43타점, 8홈런으로 활약하며 미래를 더욱 밝혔다.
그러나 2016시즌을 앞두고 한층 부푼 기대감은 오래 가지 못했다. 4월 개막 후 일주일 만에 부상을 당한 것이다. 경기 도중 자신이 친 타구에 정강이가 맞아 생긴 골절상이었다. 결국 오승택은 부상이 완쾌된 8월이 돼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목표였던 주전확보 역시 이뤄내지 못했다.
못미더운 한 해를 보낸 탓일까. 오승택은 내년 비상을 위해 지난 가을 마무리캠프(일본 오키나와)에서 한 달간 지옥훈련에 임했다. 주 포지션이던 유격수 자리를 잠시 벗어나 3루에서 쉴 새 없이 뒹굴었다. 오승택은 “지금은 유격수나 3루수와 같은 자리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다. 살아남는 일이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죽도록 연습하고 뛰는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 오승택. 스포츠동아DB
확고한 다짐은 올겨울 계획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오승택은 현재 새해 일정을 모두 짜놓은 상태다. 현재 웨이트트레이닝과 필라테스를 병행하고 있는 오승택은 내년 1월 팀 선배인 강민호(31), 이우민(34) 등과 함께 미국 괌으로 건너가 전지훈련에 임한다. 평소 그를 아끼던 선배들의 배려 덕분에 오승택은 일찍부터 몸만들기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땀을 흘리는 동안엔 걱정도 잊고자 한다. 현재 롯데는 프리에이전트(FA) 3루수 황재균(29)의 잔류 혹은 외국인 내야수의 영입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오승택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쉽사리 외면할 수 없다. 자신의 입지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어차피 경쟁은 피할 수 없다. 마무리캠프에서 땀 흘렸던 이유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함이었다”며 “외부 환경에 신경 쓰기보단 내년에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주전 야수’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나타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