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가 만난 사람] 변석화 회장 “축구는 배려와 사랑이 있는 인생의 축소판”

입력 2016-12-28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험멜 코리아 변석화 회장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 축구를 통해 꿈을 키웠다고 했다. 대학축구의 발전을 통한 한국축구의 내실 있는 성장은 그에게 이제 꿈을 넘어선 사명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험멜 코리아 변석화 회장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 축구를 통해 꿈을 키웠다고 했다. 대학축구의 발전을 통한 한국축구의 내실 있는 성장은 그에게 이제 꿈을 넘어선 사명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한국대학축구연맹 변석화 회장

실업팀 창단 이후 17년간 축구열정 쌓았는데
충주험멜의 연고지 이전 쉽지않아 안타까워

아마추어축구 성장 기반인 대학축구에 애정
2007년부터 스폰서십 전북 ACL우승땐 감격


한국대학축구연맹 변석화(54) 회장은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기업인이다. 스포츠 브랜드 험멜 코리아를 경영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1999년 실업팀 험멜 축구단을 창단한 데 이어 2013년부터는 충주험멜이라는 이름으로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소속 프로팀으로 변모시켰다. 2002년 12월부터 맡아온 대학축구연맹 회장으로 지금까지 변함없이 현장을 누비고 있기도 하다. 그런 변 회장에게 요즘 큰 고민이 하나 생겼다. 연간 40억원의 적지 않은 돈을 써가며 힘들게 운영해온 충주험멜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였기 때문이다. 팀을 존속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동분서주해왔지만,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그를 만나 ‘어려운’ 화제부터 시작해 대화를 나눠봤다. 변 회장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신념 하에 또 다른 내일을 도모하고 있었다.

험멜 축구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험멜 축구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험멜 축구단의 내년 시즌 K리그 챌린지 잔류 여부가 궁금하다. 실업시절까지 포함하면 2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라 축구팬들의 관심이 높다.

“17년 정도 됐다. 처음 실업팀으로 창단할 때 우리 회사 전 직원이 20명에 불과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터지면서 많은 실업팀이 사라지고, 내가 알던 선수들 중에도 갈 곳이 없는 선수들이 생긴 상태에서 무리하게 창단했다. 축구를 좋아해서 매일 아침 축구를 하다보니 ‘저 친구들이 계속 축구를 할 수 있게 해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결정했다. 직장인 축구팀처럼 회사에서 근무하다 오후에 효창운동장으로 가 경기를 하는 등 어렵게 운영됐다. 실업팀도 운영하기 힘든 상황에서 챌린지가 생겼는데 다른 팀들이 선뜻 2부리그에 참여하지 않길래, ‘우리 같이 조그만 회사가 2부리그로 가면 다른 팀들도 동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챌린지 팀으로 전환했다. 사실 프로팀을 운영할 능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담이 많이 됐고, 선수들에게도 프로다운 대우를 못해줬다. 선수들한테 미안하다. 기존에 시(충주)에서 약속했던 금액(연간 10억원)이 지급되지 않고, 회사에서 지원할 수 있는 금액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운영이) 어려워졌다. 주변에선 ‘몇 억원은 얼마 되지 않는 돈 아니냐’고들 하는데, 우리한테는 큰 돈이다. 계속 몇몇 시와 (연고지 이전을 통한 존속 방안을) 논의했는데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어느새 책임감 같은 굴레가 씌워져 있어서 (팀 존속을 위해) 계속 노력해왔는데, 아무래도 쉽지는 않다.”




-전북현대, 포항 스틸러스, 인천 유나이티드, 수원FC 등 프로축구단과 적극적으로 스폰서십을 맺어왔다.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을 맡은 지도 15년째인데, 남다른 축구 사랑의 계기는 무엇인가.

“운동하고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지지 않나. 선수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친구들과 축구를 하면서 그런 기분을 느꼈다. 가난했지만, 축구를 하면서 계속 꿈을 키웠던 것 같다. 축구는 배려, 화합, 양보, 사랑 같은 모든 덕목을 갖추지 않으면 재미를 못 느낀다. 그런 부분이 축구의 매력이다. 그라운드 안에선 룰을 지켜야 하고, 포지션마다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줘야 하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이 축구다. 그래서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한다.”

험멜과 스폰서십을 맺은 전북-포항-인천-수원FC(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전북·포항·인천·수원FC

험멜과 스폰서십을 맺은 전북-포항-인천-수원FC(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전북·포항·인천·수원FC



-전북과는 2007년부터 스폰서십을 유지해온 만큼 애정도 남다를 듯하다. 특히 전북이 K리그 최강자로 도약하면서 험멜 코리아도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비롯해 상당한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험멜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전북의 영향이 컸다. 아직도 험멜을 모르시는 분들은 있지만,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전북 때문에 많이 알고 계실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해 축구 브랜드로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점은 단점 아닌 단점이다(웃음). 전북은 여러 메이저 브랜드들도 욕심을 내는 팀인데, 우리 유니폼을 입어줘서 늘 고맙게 생각한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현장에서 전북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도 직접 지켜봤다.

“전북의 스폰서 입장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그런데 도착 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의 일원으로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할 때부터 관중이 우리에게 안 좋은 표현을 쓰길래, ‘역시 국가대항전이구나’ 싶었다. 전북이 험멜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자리에 섰던 만큼 뿌듯했다. 우승 후 전북 선수들도, 프런트도, 나도 함께 울었다. 중국팀들은 2000억, 4000억원을 쓴다는데 우리보다 투자를 많이 하는 팀들을 제치고 우승했으니 더 감격적이었다.”

한국대학축구연맹, 험멜코리아 변석화 회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국대학축구연맹, 험멜코리아 변석화 회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국대학축구연맹, 아시아대학축구연맹(AUFF) 회장을 겸임하는 등 유독 대학축구에 대한 애정이 깊은 듯하다.

“2000년에 후원사로 대학축구연맹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2002년 당시 유병진 회장으로부터 대학축구연맹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축구가 좋아서 맡았는데, 첫 해에 대학선발팀을 이끌고 영국전지훈련을 갔다. 그 때 박주영(31·FC서울), 염기훈(33·수원삼성), 최효진(33·전남 드래곤즈), 권순태(32·전북) 등이 동행했는데 그 선수들이 (지금처럼)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갈 줄은 몰랐다. 그 직후 대학선발팀이 베트남국가대표를 5-4로 이겼다. ‘아, 대학축구가 아마추어축구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반도 되겠지만, 그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겠구나. 대학생 때 많은 경험을 쌓아야 이 선수들이 프로에 가거나 사회에 나가서 좀더 좋은 기량을 발휘하거나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 때부터 대학축구에 더 관심을 갖고,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현재 한국축구가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다. 한국축구의 질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일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축구계 모든 이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더 큰 도약을 위한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대한축구협회는 내년 국내에서 열리는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축구계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도 때로는 질타를 받기도 하지만 꽤 많이 노력하고 있더라. 결실이 바로 나오면 좋겠지만, 다함께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정재우 스포츠1부장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