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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니퍼트. 스포츠동아DB
● 두산, 더스틴 니퍼트
먼 훗날 KBO리그 사상 최강팀을 논할 때, 후세인들은 2016년 두산을 빼놓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적함대 두산을 떠올릴 아이콘은 단연 에이스 니퍼트(35)다. 22승(3패), 방어율 2.95로 타고투저 KBO리그에서 니퍼트는 단연 지존이었다. 두산 ‘판타스틱4 선발진’의 ‘캡틴 아메리카’로서 MVP와 골든글러브까지 독식했다. 1월 한국인 여성과의 결혼부터 2017시즌 연봉 재계약에서 외국인선수 최초로 몸값 200만 달러를 돌파할지까지, 마운드 밖에서도 이슈를 몰고 다닌다. ‘니느님’이라는 애칭에서 알 수 있듯 토종선수 이상의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이태양. 스포츠동아DB
● NC, 이태양
NC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KS)를 밟았음에도 온전히 축복받지 못했다. 7월 불거진 승부조작 사건에 투수 이태양(23)이 연루된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드러나 클린구단 이미지가 붕괴됐다. KS 이후 경찰이 ‘NC 야구단이 범죄혐의를 인지했음에도 은폐하고, 선수(이성민·현 롯데)를 트레이드했다’는 수사 발표를 내놔, 재판 결과에 따라 엄청난 후폭풍을 내재하고 있다. 이밖에 투수 이민호의 사생활 물의, 외국인타자 에릭 테임즈의 음주운전까지 터져 나왔다. 직면한 악재에 석연찮은 대응을 거듭한 탓에 NC가 야구장에서 쌓은 많은 가치들이 훼손됐다.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 스포츠동아DB
● 넥센, 이장석
‘고척돔 시대’에도 넥센 히어로즈는 ‘스마트’했다. 15승 신인왕 신재영(27)을 배출했고, 젊고 역동적인 야구 스타일을 구축했다. 플레이오프(PO) 패배 뒤, 염경엽 감독과의 결별, 프런트 운영팀장 출신인 장정석 감독 선임은 히어로즈 야구단의 브레인이 이장석 대표이사(50)임을 증명하는 축소판이었다. 7월 야구단 경영권을 놓고, 이 대표는 구속 일보직전까지 몰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야구단 경영권은 반드시 지킨다’는 원칙은 확고하다. 그런 틀 안에서 히어로즈 야구단은 이 대표의 생각이 투영된 새로운 야구를 2017시즌 실험한다.
LG 양상문 감독. 스포츠동아DB
● LG, 양상문
‘희망이란 것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이나 마찬가지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 게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중국의 문호 루쉰의 문장이다. 2016년을 돌아보면 양상문 감독(55)은 LG에 리빌딩이라는 길을 만든 최초의 사람이었다. 숱한 사람들이 ‘LG에 세대교체, 리빌딩을 위한 길은 없다’고 비웃었고, 저항했지만 양 감독은 끝내 길을 냈다. 이병규(42)의 은퇴는 그 상징적 사건이었다. 프리에이전트(FA) 선발 차우찬까지 영입한 LG는 2017시즌 대망을 꿈꾼다.
KIA 양현종. 스포츠동아DB
● KIA, 양현종
양현종(28)은 2016년 200이닝(200.1이닝)을 넘긴 유일한 토종선발이었다. KIA 에이스 계보의 ‘현재’인 양현종은 FA 자격을 얻은 뒤, 예상을 깨고 1년 계약(계약금 7억5000만원 연봉 15억원)으로 KIA에 남았다. ‘2017시즌 후 방출’도 담보된 양현종 계약은 FA 규약 전체를 흔든 과제도 남겼다. 아울러 사상 첫 100억원 FA 최형우를 보강한 KIA는 양현종의 잔류로 2017시즌 대권에 도전할 든든한 기반을 마련했다. 양현종이 일본행을 접으며 2017년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은 두산 장원준과 더불어 천군만마인 선발자원을 확보할 듯하다.
SK 최정. 스포츠동아DB
● SK, 최정
SK 최정(29)은 2016시즌 홈런왕이다. 40홈런을 쳤다. 2014년 11월 FA 대형계약(4년 86억원) 이후 2015시즌의 슬럼프를 털어냈다. KBO리그에서 가장 타자친화적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최적화된 슬러거로 거듭 났다. 최정을 필두로 SK 타선은 2016시즌 182홈런을 기록했는데, 이는 1위 두산(183홈런)에 불과 1개 밀린 숫자다. 장타력을 강화한 SK의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두 자릿수 홈런타자만 7명이었다. 그러나 SK 팀 득점은 753점으로 kt(672득점) 다음으로 적었다. SK가 믿기지 않는 추락으로 6위로 몰락한 결정적 사유였다. 그 여파로 김용희 감독, 민경삼 단장이 순차적으로 물러났다. SK는 미국 메이저리그(캔자스시티)와 일본프로야구(니혼햄) 감독을 역임한 트레이 힐만을 영입해 재편에 들어갔다. 최정의 홈런왕은 SK 야구의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담고 있다.
한화 박종훈 단장. 사진제공|LG 트윈스
● 한화, 박종훈
2016시즌 한화맨이 아니었던 박종훈 단장(57)을 ‘올해의 인물’로 뽑은 것은 그의 등장 자체가 함축하는 파괴력이 중대하기 때문이다. 한화는 KS 직후, NC 육성이사 박종훈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붓고도 2년간 성적도 여론도 얻지 못한 한화는 감독 교체가 아닌 단장 교체를 통해 활로를 찾으려 한 것이다. 박 단장은 감독과의 불편한 동거 혹은 저항 속에서 2년간의 적폐를 청산해야하는 고난도 균형 잡기를 해야만 한다. 야구인 출신 단장으로서 2년간 제왕적 감독 노릇을 했던 권력을 향한 견제를 마다하지 않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박 단장의 존재 자체가 지난 2년간 한화가 범했던 온갖 ‘구태’들에 관한 반성, 부끄러움을 가리킨다.
전 롯데 아두치. 스포츠동아DB
● 롯데, 짐 아두치
조원우 감독 체제에서도 롯데는 8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선수 몸값총액만 138억원을 투자한 FA 계약(송승준, 손승락, 윤길현)의 비효율과 믿었던 외국인선수 3총사(조쉬 린드블럼~브룩스 레일리~짐 아두치)가 기대치를 밑돈 것이 치명적이었다. 특히 2016시즌 롯데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외야수 아두치(31)의 6월 약물복용 발각은 롯데 몰락의 단초였다. 아두치는 허리통증 완화를 위한 목적이라고 해명했지만 징계를 피할 수 없었고, 즉각적인 퇴출조치에 이르렀다. 롯데는 새 외국인타자로 저스틴 맥스웰(31)을 데려와 반격을 꾀했으나 그마저도 훈련 중 부상을 입고 시즌 아웃되자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강민호, 손아섭, 황재균의 활약이나 김문호, 김상호, 박세웅, 박진형의 발굴 등은 저조한 성적 탓에 의미가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성, 이승엽
우울했던 삼성에 한줄기 위안은 삼성 이승엽의 한일 통산 600홈런이었다. 이승엽은 9월14일 홈필드 대구라이온즈파크에서 한화를 상대로 역사적 홈런을 쏘아 올렸다. ‘기록의 사나이’ 이승엽은 9월7일 kt와의 홈경기에서는 KBO 통산 2000안타, 8월24일 SK와의 홈경기에서는 KBO 역대 최다타점(1390타점) 기록까지 써내려갔다. 2017시즌 후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의 행보는 이제 일거수일투족이 전설이고 역사다. 삼성이 투수 3인(임창용, 안지만, 윤성환)의 해외 원정도박 혐의 정국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외국인선수 농사까지 흉년이 든 데다 창단 이래 최저승률, 최저순위(9위)로 류중일 감독까지 교체되는 ‘3재’를 겪는 와중이었기에 이승엽의 성취는 더 빛났다.
김상현. 스포츠동아DB
● kt, 김상현
법적으로는 사소한(?) 해프닝이었지만 사회적인 파급은 어마어마했다. kt 김상현(36)이 저지른 부적절한 행위가 7월 세상에 알려지며 kt는 야구단 이미지가 흔들린 것은 물론, 운영의 방향성까지 영향을 받았다. 김상현의 임의탈퇴 처분은 논란을 빚었고, 그 파장으로 조범현 전 감독의 재계약까지 성사 일보직전에 불발됐다. 또 다른 물의로 자숙 중인 포수 장성우의 복귀도 무한정 늦춰졌다. 오정복의 음주운전까지, 선수들의 말썽이 이어지자 kt는 선수단 명의의 사과문을 내기에 이르렀는데, 이 또한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꼴찌로 시즌을 마친 kt는 김진욱 신임 감독 체제로 분위기 쇄신에 나섰는데 이번에는 ‘최순실 게이트’가 그룹을 휘감으며 또 표류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