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인삼공사 알레나-지민경-장영은(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새해 벽두를 맞이하는 한 사령탑의 표정은 시름으로 가득했다. 희망찬 새해를 이야기할 겨를은 이날만큼은 사치에 불과했다. 정유년 첫날부터 찾아온 불청객 때문이었다.
KGC인삼공사와 GS칼텍스의 ‘NH농협 2016~2017 V리그’여자부 4라운드 경기가 열린 대전 충무체육관. 그런데 일전을 앞둔 KGC인삼공사 서남원 감독은 새해 각오를 전하는 대신 걱정 어린 얼굴로 ‘장염’이란 단어를 꺼내들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주전선수들 몇몇이 장염 증세로 혼쭐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불운의 시작은 외국인선수 알레나 버그스마(27·미국)부터였다. 알레나는 지난달 28일 IBK기업은행전 이후 갑작스레 복통을 호소했다. 검진 결과는 장염. 결국 알레나는 연말 훈련을 건너뛴 채 이날 경기장으로 향해야 했다.
문제는 알레나에서 그치지 않았다는데 있다. 2016년을 뒤로하고 맞이한 1일 새벽. 장영은(24)과 지민경(19) 그리고 김혜원(21)이 모두 장염으로 응급실 신세를 지고 말았다. 이들은 구토 증세까지 보이며 쉽사리 회복하지 못했지만, 조금씩 호전되면서 이날 오전 선수단 버스에 겨우 오를 수 있었다.
선수들의 장염 때문에 가장 안타까운 이는 서남원 감독이었다. 하필 하위권 두 팀과 경기를 앞두고 때 아닌 불청객이 찾아왔기 때문. 서 감독은 “오늘을 포함해 연초 두 경기가 중요하다. GS칼텍스와 도로공사를 모두 잡으면 선두권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게다가 팀이 3연패 중이다. 버거운 시점에서 탈까지 났다”며 한숨을 지었다.
대전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