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잠실야구장에서 LG트윈스 선수단과 프런트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2017시즌 시무식이 열렸다. LG 양상문 감독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LG 양상문 감독은 ‘리빌딩의 귀재’다. 재능 있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면서 세대교체를 선도한다. 지금까지 결과도 빼어났다. 롯데에서 강민호 장원준 등 걸출한 선수들을 배출했고, LG에서도 2015년부터 매년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규시즌 4위,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결과를 내면서 리빌딩과 성적,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명(明)이 있으면 암(暗)이 있기 마련이다.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기회가 줄어드는 고참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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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빌딩의 종착역은 정신이 젊은 팀 분위기”
이에 대해 양 감독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LG 신년하례식’에서 작심한 듯 말문을 열었다. 양 감독은 “1년 전 한 시즌 동안은 ‘야구만 잘 하자’, ‘야구만 열심히 하자’고 부탁했는데, 선수들이 그런 부분을 잘 실행시켜줘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았다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지만 “내가 생각하는 우리 팀의 리빌딩은 계속적으로 진행이 될 것이다. 많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는 리빌딩은 젊은 선수들로만 팀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정신’이 어떻게 되느냐가 진정한 리빌딩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양 감독이 말하는 ‘정신’은 야구선수로서의 자세였다. 양 감독은 “팀을 위해서 어떻게 야구를 해야 할지, 동료들을 위해서 어떻게 자신을 헌신해야 하는지, 야구선수로서 기본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분위기가 완전히 선수단에 물들 때 비로소 리빌딩이 완성된다고 믿는다”며 “LG는 지금 암흑기를 겨우 벗어나고 있는 단계다. 진정한 명문구단을 가기 위해서는 야구를 그만둘 때까지 훈련부터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경기에서는 공 하나, 한 타석에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 “캠프에 가지 못했다고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해 양 감독의 리빌딩은 어느 선수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는 얘기다. 1, 2군을 막론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는 반드시 기회를 주는 양 감독의 성향상 스스로 준비만 잘 한다면 찬스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했다. 양 감독은 “아무래도 선수들은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올리지 못하고에 예민하다. 캠프 명단이 발표되면 어쩔 수 없이 나뉘게 되는데 너무 실망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지난해만 봐도 캠프에 가지 않았지만 윤진호가 광주 KIA전(6월30일 2-9에서 9회 9-9를 만드는데 가교역할·연장 11회에서 채은성과 함께 더블스틸로 역전승 주도)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백창수(6월 29일 광주 KIA전 양현종 상대로 동점3점홈런)도 중요할 때 홈런을 치면서 활약했다. 문선재 역시 마찬가지다. 김지용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공을 던져주고 노력해줬다. 주어진 기회가 왔을 때 준비하지 않았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을 봤을 때 그런 부분은 작은 순간일 수 있지만 1군이든, 2군이든, 캠프 합류 여부를 떠나 올 수 있는 기회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며 “다른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항상 준비해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며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바탕은 정신에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단 하루라도 깨끗한 유니폼으로 들어오지는 말자는 정신으로 임했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