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시아준수③] ‘데스노트’ 김준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입력 2017-0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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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데스노트’ 리뷰

“콜록, 콜록.”

뮤지컬이 시작되기 1~2분전에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들려온다. 수년간 공연장을 다니고 있지만 이런 기침소리는 유독 한 배우가 출연할 때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바로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김준수의 공연장이다.

관객들이 공연 시작 전 기침을 하는 것은 공연 중 자신의 기침으로 관람이 방해될까 하는 ‘사전 예방용’이다. 혹여 공연을 진행 중인 연기자에게 방해가 될까 하는 작은 배려심이라고나 할까. 김준수 공연을 볼 때마다 찾을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이제 이런 모습도 잠시는 안녕이 될 듯하다. 26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데스노트’를 마지막으로 김준수는 군입대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걸까. 공연장의 분위기가 조금은 뜨거워진 것 같다.

‘데스노트’는 2003년 슈에이샤 ‘주간소년 점프’에 연재된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우연히 ‘데스노트’를 주워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대학생 라이토와 이에 맞서는 명탐정 엘(L)이 두뇌싸움을 펼치는 내용이다.

작품의 시작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라이토(한지상 분)는 “제대로 된 정의를 원한다면 제대로 된 지도자를 찾아야해”라고 외치며 고민한다. 그러다 우연히 길에 떨어져있는 노트 하나를 줍게 된다. 노트 앞장에는 누군가의 이름을 쓰면 ‘40초’안에 그 사람이 심장마비로 죽게 된다고 적혀있다. 라이토는 호기심 삼아 TV뉴스에 나오는 유치원 납치범의 이름을 썼고 40초 뒤에 범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후 라이토는 ‘데스노트’의 주인인 사신 ‘류크(강홍석 분)’를 만나며 ‘데스노트’를 사용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아버지의 아이디를 이용해 경찰청 사이트에 들어가 범죄자들의 이름을 쓰며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데스노트’의 전반부는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라이토의 모습이 주이며 엘은 1막 거의 마지막에 등장하며 존재감을 뽐낸다. 무색 배경, 2층의 철제 구조물, 회전 무대 등 간단한 구조물만이 무대 위에 있지만 배우들의 대사, 넘버 그리고 움직임들이 무대를 가득 채워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무기질적인 시계 초침소리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이 만나며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또한 1막에서는 라이토와 엘이 서로 만나는 부분이 없지만 같은 넘버를 부르며 대결구조를 형성한다. 또한 사과를 좋아하고 애교도 있지만 카리스마 있는 검은 사신 류크와 아이돌 가수이자 라이토의 별칭 ‘키라’를 사랑하는 미사(벤 분)를 지켜주는 하얀 사신 렘(박혜나 분)이 공연의 무게를 조절해준다.


엘이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2막에서는 전반부와는 달리 라이토와 엘의 두뇌대결이 펼쳐지며 흥미진진한 전개를 펼친다. 라이토가 범죄자들을 죽인 용의자라고 확신하는 엘은 라이토와 목숨을 건 대결을 한다. 그 중 서로의 속내를 알기 위해 벌이는 ‘테니스 시합’은 가장 역동적이며 두 인물의 갈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테니스공 없이 소리만으로 긴장감이 돋보인다. ‘정의(正義)는 무엇인가’로 시작한 이 작품은 잘못 판단한 정의가 결국 허무함만이 남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앞서 말했듯, 철제구조물과 회전 무대 등 거의 빈 무대 위를 채우는 것은 배우들이다. ‘데스노트’는 레플리카 형식으로 공연되기 때문에 대본, 음악, 배우들의 동선 등이 거의 비슷하고 올해는 재연이기에 초연과 큰 차이점은 없다. 재연 공연에서는 ‘라이토’역에 한지상이, 미사 역에는 가수 벤이 합류했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 정도다.

초연에 이어 천재 탐정 ‘엘’ 역을 맡은 김준수는 더 향상된 감정선으로 연기한다. 특유 송곳 같은 목소리로 괴짜 캐릭터 ‘엘’을 소화해냈다. 작품을 맡을 때마다 주목되는 것은 그의 머리색. 올해는 검은색 머리로 ‘엘’을 연기하는 원작 캐릭터와 가장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맨발로 등장하거나 등이 구부정하며 뚜벅이 걸음을 걷는 등 캐릭터 분석을 완벽히 마치고 무대에 올라섰다.

김준수가 ‘데스노트’를 대하는 태도는 남다르다.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고 그의 소속사의 첫 제작 작품이자 그가 원캐스팅을 처음으로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를 빼더라도 이번 무대에 올라선 김준수의 모습은 남다르게 보인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 무대인 것처럼 열연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약 2년간의 공백의 아쉬움을 3주 간의 공연으로 달래보려는 그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씨제스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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