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김희진. 스포츠동아DB
첫 번째 난감함은 ‘김희진이 도를 넘은 비난을 다 감당해야 할 만큼 잘못을 했는지’ 납득이 힘들기 때문이다. KOVO 관계자는 “그 아이디어는 KOVO에서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정말 첨예한 사안이라 여겼다면, KOVO가 이런 발상을 하지도, 김희진이 행하지도 않았을 터다. 시국을 겨냥한 비판 목적이 아니라 단지 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선량한 의도가 받아들여졌기에 당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은 웃음바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달려드는’ 분열적 상황 앞에서 ‘열린사회’의 요원함을 새삼 절감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난감함은 ‘한국여자배구의 자산인 김희진이 이 구설 탓에 입은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다. KOVO는 24일 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이것이 KOVO가 (팬들에게) 입장을 발표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KOVO가 진짜 신경 쓰는 대목은 ‘선의의 피해자’인 김희진과 IBK기업은행을 어떻게 어루만지느냐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23일 “더 이상 아무 기사도 안 나왔으면 하는 것이 김희진 선수를 위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선수가 심적으로 힘들어한다. 김희진 선수 부모님까지 걱정하고 계시다”고 한숨쉬었다. IBK기업은행은 세리머니에 관한 사전 언질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유탄’은 고스란히 맞고 있다.
어쩌다 편협한 정쟁이 배구까지 오염시키나? 한국사회의 관용이 선수들의 올스타전 세리머니까지 검열하는 수준밖에 안 되나?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