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손해보험이 지닌 마지막 희망의 끈은 라이트 이강원과 맞닿아있다. 비록 ‘봄 배구’ 확률은 희박한 상황이지만 이강원이라는 새 보물과 함께 시즌 끝까지 달려보겠다는 각오다. 1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OK저축은행을 상대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는 이강원(맨 뒤). 안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은 아직 봄배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확률적 희박함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KB손해보험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것은 갈수록 좋은 팀이 될 것이라는 ‘과정’이고 ‘희망’이다.
KB손해보험은 1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에서 꼴찌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0(26-24 25-22 25-22)으로 잡았다. 6,7위의 대결임에도 KB손해보험 선수들은 진지하게 뛰었고, 승점 3(11승18패 승점36)을 보탰다. 리시브 라인의 고질적 결함은 여전했으나 블로킹(14-1)과 좌우 사이드 공격에서 OK저축은행을 압도했다. KB손해보험 외국인 라이트 우드리스는 24득점(공격성공률 51.52%), 레프트 이강원(공격성공률 40.91%)은 12점을 올렸다. 이강원(27)이 김요한의 자리를 메워주면서 KB손해보험은 우드리스 공격 편중을 일정부분 극복하고 있다. KB손해보험 강성형 감독은 “팀 분위기가 처지는 상황이어서 OK저축은행전은 세터 황택의에게 사이드 공격을 주문했는데 잘 됐다”고 평했다. 공격점유율에서 우드리스 45.21%, 이강원 30.41%의 ‘황금분할’이 이뤄졌다.
신인왕이 확실시되는 세터 황택의에 이어 레프트 이강원의 발굴은 이번 시즌 KB손해보험 최고의 소득이다. 대학 때까지 라이트로만 뛰어 레프트의 필수조건인 서브 리시브 능력을 제대로 연마하지 못한 결함에도 팀 전술의 중추로 활용되고 있다. 이제 감독도 이강원의 장점인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리베로 곽동혁의 범위를 늘려서 수비부담을 줄여주는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다.

KB손해보험 이강원. 안산|김종원 기자 won@donga.com
KB손해보험 팀 차원의 최종 판단을 남기고 있지만, 이강원은 2016~2017시즌 후 군입대를 늦출 생각이다. 이강원은 “원래 2015~2016시즌 후 군대에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배구가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내년시즌까지는 팀을 위해 남고 싶다”라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이강원은 2017~2018시즌을 마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다. 어쩌면 FA 신분으로 군대부터 가야할지도 모른다. 결혼까지 한 몸이라 미래를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할 법하지만 “팀을 위한 선택을 하겠다”는 원칙은 변함없다.
이강원은 “나는 아직 (김)요한이 형이나 우드리스의 자리를 메워주는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늘 웃는 긍정적 성격의 이강원은 “속으로는 부담되고, 힘도 든다. 그래도 주전으로 뛰니까 (힘든 줄 모르고) 더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강원이 존재감을 발휘할수록 KB손해보험도 해볼만한 팀으로 변해가고 있는 점 역시 현실이다.
안산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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