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상 갈무리
25일 방송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공명과 정혜성 커플이 취향저격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이들 커플은 클레이사격과 송이버섯요리 저녁식사, 온천욕 등을 즐기며 가상부부생활을 만끽했다.
특히 온천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정혜성은 공명에게 '실제 연애 가능성'을 물었고, 공명이 소극적으로 대답하자 "우리 이제 당당하게 이야기하자"라고 말하며 연애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또 이를 들은 스튜디오의 패널들도 "둘이 진짜 사귀는 것 아니냐"라며 이들의 관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실제 이날 정혜성과 공명은 유난히 적극적인 스킨십과 애정표현으로 실제 커플을 방쿨케 하는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그 뿐이다. 아무리 이들이 적극적인 스킨십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해도 이는 그간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수도 없이 반복된 패턴이며, 이에 호응하는 패널들의 호들갑도 늘상 있는 일이다.
심지어 제작진부터가 "진실은 저 달 너머에"라는 자막을 삽입해 이들의 발언이 단지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맞춰 나온 발언일 뿐, 진심이 아님을 인정했다.
'실제 연애를 방불케 한다'와 '실제 연애'는 전혀 다른 의미다. 말 그대로 사실과 허구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작진이 방송전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트려버렸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MBC에서 보낸 보도자료의 제목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 공명-정혜성, '우결' 최초 방송도중 '연애ing' 자진 공식발표? 스튜디오 초토화!"이다.
즉, 정혜성과 공명이 방송 도중 '현재 연애중'이라고 스스로 공식 발표를 했다고 예고한 것이다.
보도자료의 내용도 "‘직진 커플’ 공명-정혜성이 ‘우리 결혼했어요’ 최초 방송도중 직접 연애 중임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높인다"라고 적어 마치 이들이 방송에서 직접 실제 연애중임을 선언한 것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정혜성과 공명의 '조금 더 과감한 발언'이 있었을 뿐, 정혜성과 공명이 실제 연애중인 것도 아니고 또 방송에서 연애를 공개 선언한 것도 아니다.
설령 정혜성과 공명이 남몰래 실제 연애중이라고 한다 치더라도, 이들의 발언이 이를 밝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결혼했어요' 측은 마치 정혜성과 공명이 방송에서 실제 연애중임을 선언하는 것처럼 홍보했다. 사실상 대놓고 시청자를 상대로 '낚시질'을 한 셈이다.
이 낚시질의 효과는 있었다. 이성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예인의 공개 연애 선언'이라는 소재 덕분에 방송전부터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정혜성과 공명의 이름이 검색어로 등장했고, 시청자들은 과연 이들이 방송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보였길래 이런 설레발을 치는지, 그야말로 '속는 셈 치고'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였다.
물론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시청자는 순진하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 직후 관련 기사에는 '무리수 마케팅', '낚시'라는 댓글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호기심이라는 '떡밥'을 앞세운 '낚시'는 관심을 모으는데는 성공했지만, 그와 더불어 어망에 '불신'이라는 구멍도 함께 생겨났음을 '우리 결혼했어요' 측은 명심해야할 것이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