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파이터들이여, 데뷔전 쓰라린 패배를 넘어라

입력 2017-03-02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데뷔전의 패배는 쓰라렸지만 고통을 통해 더욱 성장한 10대 소녀 격투기 선수 이예지(왼쪽)와 강진희. 3월1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에서 열리는 XIAOMI ROAD FC 037 XX에서 리벤지 매치에 나선다. 사진제공 | ROAD FC

이예지 vs 시나시·강진희 vs 라이카 재대결
11일 개막 ROAD FC 037 XX 화제의 매치


아파야 청춘이라고 했다. 케이지에 오른 2명 가운데 누군가는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것이 냉엄한 격투기의 세계다.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18, 팀제이)와 ‘여자 권아솔’ 강진희(19, 팀강남/압구정짐)는 프로무대 데뷔전에서 쓰라린 패배를 경험했다. 모든 게 낯선 데뷔전에서 자신의 기량을 전부 발휘하는 것은 어렵다. 많은 파이터들에게 데뷔전은 패배의 아픔만 남아있는 쓰린 기억이다. 어떻게 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다.

그런 데뷔전의 아픔을 딛고 이예지와 강진희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3월1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에서 벌어지는 XIAOMI ROAD FC 037 XX에서다. 상대는 패배를 안겼던 주인공들이다. 빨리 찾아온 리벤지의 기회다.


● 1년 6개월 만에 내 성장을 확인하고 싶다는 이예지

이예지는 2015년 7월 ROAD FC 024 IN JAPAN에서 시나시 사토코를 상대로 프로 데뷔전을 했다. 박지혜의 부상으로 대체 투입됐다. 그 바람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게다가 상대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앳된 여고생 격투기 선수의 승리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케이지 위에 선 이예지는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베테랑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경기를 했다. 상대의 서브미션 기술을 잇달아 빠져나오며 조금씩 기대치를 높였다. 그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예상치 못한 여고생의 활약에 모두가 매료됐다. 경기종료 7초를 남기고 아쉽게 TKO로 패했지만, 10대의 선전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그야말로 졌지만, 잘 싸운 경기였다. 1년 6개월이 지난 뒤 이예지는 마침내 복수할 기회를 잡았다. 겨울방학 기간을 맞아 하루 종일 체육관에서 맹훈련을 거듭해왔다. “데뷔 상대여서 반갑기도 하다. 처음에 너무 많이 맞아서 꼭 되갚아 주고 싶다. 1년 반 동안에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데뷔전과 마찬가지로 10대 선수에게는 후진 기어가 없다. “이번에는 무조건 많이 때리려고 한다. 상대에게 내가 맞은 것보다 한 대라도 더 때리고 싶다”고 했다.


● 2번의 패배 속에서 움튼 희망을 믿는 강진희

강진희는 2016년 11월 일본 DEEP JEWELS 14에서 라이카 에미코에게 판정패했다. 복싱 세계챔피언 출신과 접전을 벌였지만 벽을 넘지 못했다.

“클린치 상태에서 못 버티고 3번 정도 넘어갔다. 타격에서도 몇 번 맞아서 휘청거렸다. 가드도 계속 내려갔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드를 올리는 연습과 체력 위주로 신경 쓰고 있다”고 준비상황을 밝혔다.

그를 전담하는 코치가 권아솔이다. 훈련과 경기에 항상 함께한다. 권아솔은 강진희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며 챔피언 DNA를 심어주고 있다. 2번 케이지에 올라 모두 졌지만 강진희는 권아솔의 지도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패배 속에서 희망도 봤다. 경기를 치를수록 점점 성장하는 것도 고무적이다. 승리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다. 약한 상대는 아니지만 한번 해봤으니 잘 준비하면 이길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역시 청춘에는 좌절이 없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