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미국도 ‘중급영화 승전보’

입력 2017-03-0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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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재와 배우를 발굴해 경쟁력을 높인 영화의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제작비 35억원으로 2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정우 주연 ‘재심’을 비롯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문라이트’, 남우주연상을 받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제공|이디오플랜·오드·아이아스플러스

새로운 소재와 배우를 발굴해 경쟁력을 높인 영화의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제작비 35억원으로 2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정우 주연 ‘재심’을 비롯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문라이트’, 남우주연상을 받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제공|이디오플랜·오드·아이아스플러스

제작비 35억원 ‘재심’ 흑자 전환
56억원 ‘문라이트’ 아카데미 수상
대작 위주 영화계 새 도전 큰 의미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중급영화가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화려한 규모보다 새로운 소재와 배우를 발굴해 작품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관객과 소통은 물론 수상 성과로도 이어진다.

정우·강하늘 주연의 ‘재심(감독 김태윤·제작 이디오플랜)’이 2일까지 누적관객 215만여명을 모았다. 총 제작비 35억원의 영화가 제작비를 회수하는 손익분기점은 160만명. 일찌감치 이를 넘어섰다.

‘재심’은 2000년 전북 익산에서 일어난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누명을 쓰고 10년간 복역한 청년이 변호사를 만나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는 내용. 지난해 영화가 촬영될 무렵 실제 사건 당사자의 재심이 이뤄지는 등 시의성 있는 제작으로 주목받았다.

‘재심’의 흥행은 최근 악화하는 제작비 100억원 미만 중급영화의 수익률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3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제작비의 중급영화 평균 수익률은 -10.6%. 흑자보다 적자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 ‘재심’의 손익분기점 돌파는 대작 위주로 재편되는 국내 영화계에서 나온 희소식이다. 자연스럽게 개봉을 준비 중인 비슷한 규모의 작품들로도 시선이 향한다. 이준익 감독이 촬영을 마친 ‘박열’(제작 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이 대표적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박열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영화로 제작비는 약 26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준익 감독은 지난해 제작비 5억원의 ‘동주’로 100만 관객을 이끌었다. 신인급 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해 흑백으로 제작하면서 저예산 시대극의 한계를 딛고 성공을 거뒀다. ‘박열’ 역시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가 배경. 만만치 않은 규모이지만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완성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 감독은 “배우는 물론 모든 스태프가 드림팀이 된 기분으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중급영화는 국내 영화계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진다. 극장가 성수기를 겨냥해 큰 돈을 들여 더 큰 수익을 노리는 이른바 ‘텐트폴’ 영화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제작환경을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규모보다 내실의 중요성은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의 면면에서도 증명된다. 화려한 규모나 스타의 출연보다 ‘다른 시도’로 성과를 낸 작품이 화제다. 작품상을 받은 ‘문라이트’와 남우주연상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다.

‘문라이트’의 제작비는 500만 달러(56억원). 할리우드 기준에서 초저예산이지만 작품상과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해 단숨에 화제작이 됐다. 흑인 감독(배리 젠킨스)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흑인 소년의 성장기를 담담하게 그려내 호평 받고 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제작비 역시 1100만 달러(113억)에 불과하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배우 케이스 애플랙을 과감하게 기용한 점이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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