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은 프라이팬에 양념이 입혀진채 다소곳하게 빙둘러진 모습부터 식욕을 자극하는 도리뱅뱅이와 묵직하면서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 어죽. 따스해지는 날씨에 맞춰 겨울 동안 떨어졌던 식욕을 살리는데 최고다. □2 봄철 주꾸미는 머리 속에 가득찬 쌀알같은 알부터 눈을 사로잡는다. 부드러우면서 탱탱한 식감과 담백한 국물은 한번 먹어보면 나중에 다시 찾게 되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 □3 봄철에 먹는 멸치쌈밥은 기름이 잘 오른 멸치의 고소함과 탱탱한 식감이 입맛을 자극한다. 특히 상에 함께 나오는 남해 특산 마늘을 올려 쌈을 싸면 더 맛있다.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씹을수록 고소한 강화 밴댕이회무침부터
‘술도둑’ 영동 도리뱅뱅이·어죽 콤보까지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수은주가 영하를 오르내리지만, 그래도 한낮의 공기는 봄이 온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이미 동백, 매화, 산수유, 복수초 등 봄을 알리는 꽃소식도 하나, 둘 남녁에서 전해오고 있다. 하지만 봄을 알리는 전령사는 꽃만이 아니다. 이맘 때가 제철인, 그래서 지금 먹어야 그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봄철 진미’들이 있다.
● 통통히 살 오른 제철 진미, 멸치쌈밥과 멸치회
경남 남해의 특산물은 멸치다. 남해 멸치는 일명 ‘죽방멸치’로 불린다. 죽방은 바다 물목에 세워놓은 대나무 그물이다. 죽방멸치는 일반 멸치처럼 그물로 잡지 않고 멸치떼를 죽방렴 안으로 몰아 잡는다. 죽방멸치는 거센 물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아 육질이 탄탄하고 쫄깃해 멸치 중 최고급으로 꼽는다. 봄철은 멸치의 살이 오르고 맛이 특히 좋은 때이다. 멸치는 겨울 동안 따뜻한 먼 바다에 있다가 봄에 연안으로 오는데, 이때 체내에 지방질을 많이 품고 있기 때문이다.
죽방멸치의 본고장 남해 대표요리는 멸치쌈밥, 멸치회, 멸치구이다. 멸치쌈밥은 보통 멸치찌개와 채소쌈이 함께 나온다. 멸치찌개는 묵은지에 죽방멸치 우린 국물을 붓고 고추장에 버무린 멸치를 넣어 끓인다. 멸치회는 큼지막한 멸치를 고추장과 막걸리를 섞은 식초로 버무린다. 노릇노릇한 멸치구이는 이 지역에서 봄철 술안주 중 으뜸으로 꼽는다.
● 입안으로 봄을 부른다, 밴댕이회무침과 주꾸미연포탕
서울에서 당일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는 강화에는 봄철 별미로 밴댕이회무침과 주꾸미연포탕이 유명하다. 봄철 주꾸미연포탕은 남다른 식감과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알이 꽉 찬 산 주꾸미를 조개, 새우, 버섯, 두부 등을 넣고 끓인 국물에 통째로 넣어 익힌다. 주꾸미는 오래 익히면 맛이 떨어져 살짝 익히는 것이 좋은데,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식감이 살아있는 맛이 기막히다.
강화도의 명물로 꼽히는 밴댕이도 봄철에 잡힌 것이 가장 맛있다. 밴댕이를 채소와 함께 양념장에 버무리는 회무침은 새콤한 양념과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나는 밴댕이와의 조화가 매력이다.
● 바삭한 식감과 묵직한 국물, 도리뱅뱅이와 어죽
충북 영동 금강변에는 피라미, 쏘가리, 빠가사리, 메기 등 민물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들이 많다. 이중 영동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면 도리뱅뱅이와 어죽이 있다.
도리뱅뱅이는 영동, 금산, 옥천, 무주 등 금강 유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마른 피라미에 얇은 튀김옷을 입혀 튀긴 뒤에 양념을 한 고추장을 바르고 센 불에 한 번 더 튀긴다. 양념이 밴 튀김옷을 입고 바삭해진 피라미를 채 썬 상추와 깻잎, 마늘을 얹어 먹는다. 일단 빨간 양념이 입혀진 피라미 튀김이 프라이팬에 빙 둘러져 있는 플레이팅부터 식감을 자극한다. 민물고기지만 튀겼기 때문에 비린내가 없고 바삭한 식감에 고소한 맛이 넘친다.
도리뱅뱅이를 먹을 때 술 한 잔을 기울이면서 함께 찾는 단골 파트너는 어죽이다. 쏘가리, 빠가사리, 메기 등의 민물고기를 통째로 푹 삶은 뒤, 고춧가루, 고추장, 생강, 후춧가루, 된장, 들깻가루, 부추, 청양고추, 깻잎 등을 넣고 다시 한소끔 끓인다. 여기에 국수와 수제비를 넣고 더 끓이면 묵직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인 어죽이 된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