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이하늬, 역시 ‘배운 사람’이 만든 장녹수는 차원이 다르다

입력 2017-03-03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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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노우엔터테인먼트

[이슈DA:다] 이하늬, 역시 ‘배운 사람’이 만든 장녹수는 차원이 다르다

배우 이하늬가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국악 집안의 딸다운 실력을 보여주며 기존에 없었던 장녹수를 표현하고 있다.

이하늬는 ‘역적’에서 길동(윤균상)의 정인이자 사람답게 살고 싶은 욕망으로 연산(김지석)의 품에 안기는 장녹수 역을 맡아 활약 중이다. 이런 가운데 그는 국악고-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석사다운 실력을 장녹수에 녹여내 극의 퀄리티를 높이고 있다.


이런 이하늬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은 장녹수가 길동과 재회한 7회와 연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승무를 펼친 9회였다. 그는 기존 사극에서 여배우들이 보여준 판소리나 전통 무용 실력을 훨씬 상회하는 실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배움의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이하늬의 국악과 무용 소화 능력은 ‘역적’을 정통 사극으로 보이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길동의 엄청난 괴력 같은 판타지적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음에도 ‘역적’이 ‘사임당’과 같은 팩션 사극이 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하늬의 공이다.

특히 이하늬가 가장 높게 평가받아야 할 부분은 많은 매체를 통해 수없이 봐 온 장녹수를 ‘요녀’가 아닌 ‘예인’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영화와 사극 속에서 표현된 장녹수는 광기에 휩싸인 연산을 부채질하고 나라를 도탄에 빠지게 만든 악녀 프레임 속에만 갇혀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배우들이 장녹수를 연기했지만 이 ‘악녀 프레임’에서 장녹수를 구해내진 못했었다.


그러나 이하늬는 ‘역적’ 안에서 장녹수가 왜 연산의 품에 안겨야 했는지, 어째서 그토록 권력에 집착하게 됐는지를 꽤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장희빈과 더불어 사극 속 악녀의 양대 산맥이었던 장녹수에게 ‘이유’를 붙여준 셈이다.

물론 이하늬의 장녹수 역시 극이 진행될수록 실제 기록 속 장녹수와 멀어질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재해석과 왜곡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필요하다.

“배우로서 꼭 장녹수를 연기하고 싶었다”던 이하늬,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장녹수를 충분히 신선하다. 극이 전개될수록 점차 비중을 늘려갈 이하늬표 장녹수는 끝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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