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이상호(왼쪽)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라이벌 수원삼성과의 통산 80번째 슈퍼매치에서 후반 동점골을 뽑아낸 뒤 기뻐하고 있다. 상암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상호는 지난해 12월 이적했다. 프로에서 둥지를 옮기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두 팀의 특수한 관계 탓에 큰 화제를 모았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곧장 이적한 국내선수는 2006년 백지훈(현 서울이랜드)과 2013년 이종민(현 광주FC)뿐이다. 반대의 사례는 이상호가 처음이다. 특히 이상호는 수원 시절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 팬들을 ‘도발’했던 적도 있다.
지난해까지 이상호를 지도한 수원 서정원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아무래도 라이벌 관계에서 반대편 팀으로 옮겨 더 관심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프로선수로서 충분히 그 입장을 이해한다.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원론적인’ 덕담을 건넸다.
서울 황선홍 감독은 다소 공격적(?)이었다. “의욕이 너무 앞서있어 냉정하게 하라고, 가라앉히라고 했다”며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 아무래도 수원전이라 부담이 클 텐데, 부담감을 즐기고 극복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수원삼성과 FC서울 경기에서 수원 이정수와 서울 이상호가 볼다툼을 하고 있다. 상암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출전한 이상호가 볼을 잡으면 수원 서포터스는 ‘우∼’하는 야유로 이상호의 라이벌 팀 이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상호는 이에 굴하지 않고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수원 팬들이 야유를 퍼부을 때면 서울 팬들은 새 가족 이상호를 향해 응원의 함성을 토해냈다. 이상호는 0-1로 뒤진 후반 17분 친정팀 골망을 흔들며 서울 서포터스에게 화끈한 이적 신고를 했다.
경기 후 이상호는 “수원 팬들께서 당연히 야유를 하실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부담스럽지만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친정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어 기쁘기보다는,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어 기뻤다. 상대가 수원이라 세리머니도 자제했다”고 밝혔다. 2017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공식 개막전으로 펼쳐진 슈퍼매치는 이상호 덕분에 더 뜨거웠다.
상암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