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발라버려” 감독들 발라버린 선수들 입담

입력 2017-03-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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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WKBL

■ 여자프로농구 PO 미디어데이

감독들 “멋진 승부” 한목소리…평이한 답변
박혜진 ‘감독 디스’ 박하나 ‘감독 사랑’ 눈길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가 7일 서울 서초구 더 케이 호텔에서 열렸다. 정규리그 우승으로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에 직행한 우리은행에선 위성우(46) 감독과 박혜진(27)이 참석했다. PO(3전2승제)를 치러야 하는 2위 삼성생명에선 임근배(50) 감독과 박하나(27), 3위 KB스타즈에선 안덕수(43) 감독과 강아정(28)이 자리했다. 감독들은 다소 진부한 각오를 밝힌 반면 선수들은 입담을 과시하며 미디어데이 행사 전체를 이끌어갔다.


● 평이했던 감독들의 출사표

정규리그-챔프전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우리은행 위 감독은 “PO에서 삼성생명과 KB스타즈가 박 터지게 싸우고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삼성생명 임 감독은 “팀이 4시즌 만에 PO 무대를 밟았다. PO를 빨리 끝내고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 우리은행과 멋진 승부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KB스타즈 안 감독도 “우리 팀이 한 시즌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3위 경쟁을 했던 다른 팀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PO에서 멋진 한판 승부를 연출하겠다”고 다짐했다.

공공의 적인 우리은행 위 감독은 ‘챔프전 상대가 누가됐으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에 “PO에서 어떤 팀이 올라온다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규리그에서 7번이나 만났기 때문에 숨길 부분도 없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팀 훈련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준비를 하겠다”는 ‘정답’만을 내놓았다.



● 감독들 대신 입담 과시한 선수들

감독들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은 선수들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박혜진은 우승 휴가 이야기가 나오자 “지난 시즌 우승 이후 두 달을 쉬었다. 돌아와서 운동을 해보니 두 달 쉬는 게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듣고 있던 위 감독이 “지금 저를 ‘디스’하는 거죠”라고 반응해 좌중을 웃겼다. 우리은행은 훈련강도가 강하기로 소문난 구단이다. 박혜진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 쉬는 게 강도 높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강아정은 미디어데이를 주름잡은 스타였다. ‘5자 선전포고’ 코너에서 3명의 감독들과 2명의 선수들은 모두 ‘우승’이라는 단어를 넣어 정상에 서겠다는 뜻으로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강아정은 고민 끝에 “다 발라버려”라고 당차게 선언했다. 강아정은 또 “저도 질문해도 되나요”라고 사회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박혜진에게 “강아정의 KB스타즈와 박하나의 삼성생명 중 누가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오면 좋겠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식은땀을 흘린 박혜진은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우승 세리머니’와 관련해 박혜진이 “우리은행의 전통인 ‘감독 밟기’에 이어 더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한 데 반해 박하나는 “우리는 감독님께 너무 고마워서 우승하면 모두가 큰 절을 한 번 하겠다”는 ‘훈훈한’ 계획을 밝혔다. 그 순간 모든 시선은 위 감독에게 쏠렸고, 박혜진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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