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종신.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모든 음악은 순위 역주행 해야 정상
선별 과정없는 실시간 차트 없애야
음원 공개 플랫폼 ‘리슨’ 프로젝트
그저, 음악으로만 사랑 받자는 시도
MBC 출신 여운혁 PD 영입
방송프로그램 구상…물론 영화도!
최종 목표요?
언젠가 구글서 연락오는 것! 하하
기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윤종신은 매주 월요일 오후 5시에 직원들과 콘텐츠 회의를 한다. 웬만하면 거르지 않는다. 미스틱엔테인먼트에는 하림과 조정치, 가인과 에디킴 등 가수는 물론 배우와 예능프로그램 MC 등이 소속돼 있다. 그는 주로 음반 제작과 콘텐츠 개발에 주력한다.
생각해보면 윤종신은 27년간 한 번도 그 자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1993년 발표한 ‘오래전 그날’은 지금도 자주 불리고, 최근 지코와 발표한 ‘와이파이’를 통해서는 현재의 감성을 드러낸다.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감각에 대해 그는 단호했다.
“나는 사람들의 취향을 건드리는 게 아니다. 나는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하고 있고, 그 노래를 듣는 대중이 각자의 취향대로 좋아해주는 거다. 음악을 완성하면 청중은 따라온다. 대중문화가 후져지기 시작한 때는 대중에게 창작자가 붙으면서다. 교만한 이야기라고 욕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나는 대중문화는 1%의 창작자가 이끌어간다고 생각한다.”
-자부심과 자신감이 느껴진다.
“거창하지 않게, 아쉬움을 느낀 부분을 하나씩 해결하고 싶다. 얼마 전에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을 만났는데 ‘월간 윤종신’을 두고 ‘기발하다’고 말하더라. 요즘 SM도 주기적으로 음악을 내는 ‘SM스테이션’을 하지 않나. 혹시 ‘월간 윤종신’ 따라한 거 아냐? 그런 생각도 해봤다. 농담이다, 농담.”
-이쯤 얘기해보니 우리가 알고 있던 윤종신이 맞나 싶다.
“누구나 내 행보를 예상할 수 없길 바란다. 27년 동안 해온 생각이다. 대중이 어떤 사람에 대해 예상한 순간, 그 사람은 끝났다. ‘쟤에 대해 다 알아’, ‘뭘 하려는지 알아’라고 한다면 더는 궁금증이 없는 거다. 나는 솔직한 인터뷰도 별로다. 여지를 남겨둬야지. 하하!”
-‘라디오스타’의 모습이 윤종신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것도 나의 단면이다. 예능프로그램에선 깐족거리지만 또 다른 내 모습은 ‘월간 윤종신’으로 보여주면 되니까 문제없다.”
-일이 없을 땐 뭘 하나.
“TV시리즈를 몰아서 본다. 영화도 많이 보는데, 1000만 영화는 도저히 못 보겠다. 어떤 공식이라고 해야 하나, 비슷해 보인다. 난 확실히 메이저 영화(취향)는 아니다.”
-MBC 출신 여운혁 PD를 영입했다.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다. 본격적으로 방송프로그램 제작을 시작할 계획이다. 여러 가지를 구상하고 있다. 영화도 있다.”
-영화 제작도?
“좀 더 구체화하면 공개할 생각인데….”
-이미 구상은 끝난 것 같은데.
“12편의 단편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12명의 작가와 감독이 만드는 12편.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보다 떠올린 아이디어다. 내 음악으로 12편을 만들지, 아니면 감독과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넷플렉스도 만나 얘기하고 있다. 은희(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한테도 한 편 부탁할 생각이다. 하하!”
가수 윤종신.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처럼 바쁜 남편에게 아내는 섭섭해 할 것 같은데.
“며칠 전 막내 딸 입학식이었는데 엄마만 가고 나는 못 갔다. 많이 미안하지.”
-어떤 아빠인가.
“아내와 자주 이야기한다. 자식 교육은, 얼마나 잘 내버려 두느냐 싸움이라고. 부모가 자식을 좌지우지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맡기는 거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선생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부모는 지켜봐 줄 뿐이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생존법을 혼자 터득해야 한다. 환경에 놓아주려고 한다.”
-윤종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뭔가.
“이렇게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구글에서 연락을 해올 거라 믿는다. ‘리슨’이나 ‘월간 윤종신’을 꾸준히 이어가다보면 나만의 툴이 쌓일 테니까. 구글이 나에게 찾아와 데이터베이스를 달라고 할 수도 있는 거잖아. 하하!”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