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한국야구 미래 걱정한 김인식 감독

입력 2017-03-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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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 스포츠동아DB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이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만과의 마지막 경기를 11-8로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비록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했지만, 2021년 WBC 대표팀이 예선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선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1승이었다.

힘겨운 경기였다. 한국은 경기 초반 8점을 내며 크게 앞서 나갔지만 투수진의 난조로 7회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양의지의 결승희생플라이와 김태균의 쐐기2점홈런에 힘입어 극적으로 이겼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일궈낸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가장 처음 대표팀 감독을 한 게 2002년이니까 이제 15년이 됐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가슴팍에 태극마크를 달고 영광의 순간도 있었지만 아쉬웠던 순간도 있었다. 김 감독은 “1회 대회 때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릭 지터와 같이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된 미국팀과 경기를 할 때 처음에는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선수들이 잘 해줬다. 이길 수 있다고, 열심히 하면 우리도 된다고 생각했던 그때가 참 기뻤다”며 “2회 대회 일본과의 연장전에서 이치로에게 안타를 맞아서 진 경기나 이번 대회 이스라엘전에서 진 것은 아쉬워서 영원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지난번에는 후유증이 1년이 갔는데 이번에도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WBC 내내 이번 대회를 자신의 마지막 대표팀 경기로 꼽았다. 이제는 실력 있는 젊은 감독들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고 싶다는 게 노장의 진심이었다. 그러나 떠나는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아직 더 발전하고 성장해야 할 한국야구의 미래를 걱정해서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는 팀을 이끄는 문제 등으로 대표팀을 맡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감독들이 있어서 내가 했는데 앞으로는 매년 열리는 국제대회를 대비해 이제부터라도 젊은 감독들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국제대회에서 외국팀과 만나 듣는 애국가는 평소에 듣는 애국가와는 또 다른 의미다. 뭉클한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다행히 이번 기회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보고 느끼고 있는 게 있었을 것이다. 그 선수들이 앞으로 중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팀으로 돌아간 뒤에도 실력을 잘 키우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고척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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