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오승환 징계 경감은 없지만 고맙다”

입력 2017-03-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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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WBC대표팀 오승환. 스포츠동아DB

아쉬운 선택들이 겹쳐지며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또 하나의 한국야구사의 잊고 싶은 시간으로 전락했다. 이 와중에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마저 없었더라면 한국야구는 어찌할 뻔했을까’에 생각이 미치면 간담이 서늘하다. 오승환을 뽑는 결단을 내렸고,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마련해준 것은 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한국야구에 남긴 마지막 선물일 듯하다.
오승환은 6일 이스라엘전에서 1-1로 맞선 8회초 2사 만루를 막아냈다. 전패 탈락 위기였던 9일 대만전에서도 8-8로 맞선 9회말 무사 2루를 막아냈다. 오승환은 3.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역투를 했다. 스트라이크도 변변히 못 던지는 대표팀 투수들과 비교할 때, 존재감은 빛났다.

결과적으로 오승환은 대표팀의 부름에 응한 유일한 해외파였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일정을 포기하며 한국으로 왔다. ‘해외 원정도박의 속죄’를 위한 목적이 없다곤 할 수 없겠지만 이미 KBO의 징계(KBO리그 복귀 시 72경기 출장 정지)를 받은 상황이기도 했다. 실리적으로만 따지자면 비합리적 결정인 셈이다.

KBO는 WBC 1라운드 탈락의 여파로 침통한 와중이지만 오승환의 활약에 대해서는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KBO 고위 관계자는 10일 “원칙은 원칙이다. WBC 대표팀에 승선할 때부터 ‘이것을 조건으로 오승환의 징계가 경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 인사는 “KBO가 다른 방편으로 오승환에 대해 보답할 일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먼 훗날 오승환이 KBO로 복귀할 때, 징계는 다 받되 그 이후 은퇴 시점에서의 예우 같은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식이다. 2017시즌에서 이승엽(삼성)의 은퇴여정을 KBO가 측면 지원해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2017년 WBC에서 흔치 않았던 짜릿한 순간은 오승환이 만들어줬다. 한국야구가 바닥을 뚫고 지하로 잠기는 것을 막아줬다. 오승환은 과거의 ‘과오’에 대해 ‘진정성 있는’ 투구로 속죄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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