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상중이 14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퇴장했다. 절절한 부성애로 길동(윤균상)을 길러낸 아모개 김상중이 남긴 명장면을 짚어봤다.
●1회 아모개의 깊은 부성
김상중은 아모개 역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부성을 꼽았다. 아모개의 모든 행동은 목표를 향한 것이었다. 특히 아들을 면천 시킬 재물을 장만하기 위해 먼 길을 나서면서도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아들을 계속 뒤돌아보는 장면이 공감을 샀다. 뿐만 아니라 아들이 아기 장수임을 숨기기 위해 아들의 손목을 끊으려 치켜든 절굿공이를 속절없이 떨굴 때나, 어린 시절의 악몽으로 힘을 잃은 아들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볼 때까지 김상중은 찰나에도 깊은 부성을 전했다.
●2회 아모개 삶의 2막
항상 넉살 좋은 웃음을 장착한 채로 살던 씨종 아모개가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하는 장면은 단연 극적이었다.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 싹 죽여불고 새로 태어나기로” 마음먹고 아내를 죽음으로 내몬 주인댁의 숨통을 끊은 아모개의 표정은 방송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처연하면서도 복잡다단한 그의 표정은 가슴에 얹혀 오래도록 머물렀다.
●3회 아모개, 기득권에게 통쾌한 한방을 날리다
남편을 잃고 눈이 뒤집혀 길동이 아기장수임을 밝히겠다고 날뛰다 아모개의 지략에 빠진 참봉부인(서이숙 분)은 결국 “아모개 자네한테도 미안하게 생각하네.” 라며 고개를 숙였다. 승리의 기쁨에 휩싸인 아모개가 과장되게 머리를 조아리며 “아이고, 마님”하는 순간 안예은의 ‘봄이 온다면’이 신명 나게 울려 퍼지며 드라마에선 좀처럼 맛볼 수 없는 짜릿한 쾌감이 안방극장을 휩쓸었다.
●13회 고요하고, 평온했던 아모개의 죽음
아기 장수로 태어난 아들을 지키기 위해 능상 척결의 칼날을 온몸으로 싸워내고 기득권의 횡포로 아내와 사별하고 장남, 막내딸과 생이별한 남자의 마지막 길은 고단했던 삶을 보상받는 듯 평온하고 고요했다.
아내 금옥과의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며 눈을 감는 아모개의 마지막 모습은 아내에게 가는 것이 마냥 행복한 듯 미소를 띈 모습이었다. 그의 거친 삶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마지막 모습과 그 거친 세월을 켜켜이 쌓은 아모개의 표정은 깊은 잔상을 남겼다.
이외에도 김상중이 만든 명장면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아모개 역으로 열연한 김상중은 “아모개는 우리가 일상적이고 소소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되새김질시키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 가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가장의 마음 같은 것들 말이다. 요즘에는 그런 것들을 생각할 시간이 적은데, 그런 것들을 천한 신분, 씨종 아모개가 보여줘 더 인간적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또 “추운 겨울에 사극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꿔준 것이 ‘역적’의 시놉시스다. 연기와 작품을 통해 진실과 정의를 말할 수 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에 고생이 예상됐지만 출연을 결심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역시 잘한 선택이다. 아모개를 놓아주기가 너무 아쉬울 정도로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드라마에서 아모개는 사라지지만 길동이 아모개 정신을 받아 통쾌한 여정을 펼치니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사진제공 | MBC 방송 화면 캡처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