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대표팀 신태용 감독.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 본선 조 추첨식이 펼쳐진 15일 수원 아트리움. 사실상 대회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이날 행사장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회조직위원회와 계약한 경호인력과 별개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경찰병력이 주변에 대거 배치됐다.
U-20 월드컵이 성인월드컵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FIFA 토너먼트 매뉴얼대로 구성되는 만큼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2017피파20세월드컵조직위원회 정몽규 위원장과 차범근 부위원장, A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 등은 차치하더라도 FIFA 하이메 야르자 토너먼트 운영국장과 리아논 마틴 U-20 월드컵 운영총괄, 아르헨티나 출신의 ‘FIFA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와 파블로 아이마르 등이 참석했다. 지난주 개최도시 최종 점검을 마친 실사단을 포함한 FIFA 임직원만 해도 30여명에 달했다. 24개 본선 출전국 관계자(감독·팀 매니저 2명은 필히 참석) 80여명도 전날(14일) 입국해 추첨식을 지켜봤다. 이들 80여명에 대한 항공·숙식 등 모든 비용은 FIFA가 부담한다.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리셉션장은 각국 축구인들을 위한 사교의 장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각자의 속내를 접하기 어려웠다. 다만 공통점은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수월한 조 편성이 이뤄졌으면’하는 숨길 수 없는 바람이다.
한국 U-20 대표팀 신태용 감독부터 그랬다. “벌어지지 않은 일을 미리 고민할 필요는 없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경험해보니 같은 조에 묶인 상대들만 분석하고, 나머지는 감독 성향 정도만 체크하면 된다”면서도 “바누아투가 걸리면 수월하게 조별리그를 치를 수 있지 않겠느냐. 다 함께 기도해달라”는 너스레로 긴장을 풀었다. 뉴질랜드에 이어 오세아니아 예선 2위로 본선 티켓을 딴 바누아투는 이번 대회 최약체로 꼽힌다.
그러나 조 추첨자들의 손에 모든 운명이 걸린 현장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곳곳에서 한숨과 탄식이 이어졌다. 개최국 한국과 같은 A조에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 축구종가 잉글랜드까지 잇달아 묶이자 신 감독을 비롯한 우리 진영에선 당혹스러운 헛웃음이 번졌다. 행사를 진행한 FIFA 관계자들조차 멋쩍은 표정을 지을 만한,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