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개봉] 손현주-한석규 형님들의 대결…그리고 김민희

입력 2017-03-23 0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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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형님 배우들이 몰려온다. 그것도 떼로 온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손현주와 한석규가 후배들과 힘을 모아 만든 작품을 들고 23일 스크린 출격을 개시한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외로운 섬 하나, 김민희가 우두커니 서 있다.

먼저 손현주는 영화 ‘보통사람’을 선보인다.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 ‘더 폰’까지 스릴러 3연타를 이뤄내며 ‘장르가 곧 손현주’ ‘스릴러 킹’으로 불리는 손현주가 선택한 휴먼 드라마. 그는 부성애 가득한 평범한 아버지부터 권력 앞에서 갈등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까지 깊이 있게 그려냈다.

‘보통사람’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30년 흐른 2017년 현재에도 공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하다. 2년 전부터 기획한 영화임에도 불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시의성까지 갖추게 됐다. 특히 손현주와 대척점에 있는 장혁의 캐릭터 최규남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오버랩되는 것이 포인트. 감독도 손현주도, 최규남을 연기한 장혁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다.

연기 구멍은 없다. 손현주와 장혁 외에도 김상호 라미란 정만식 조달환 오연아 박형수 등 충무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이 출동했다. 이가운데 74kg에서 66kg까지 감량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 한 조달환의 ‘인생 연기’가 인상적이다.

한석규는 김래원의 손을 잡았다. 지난해 SBS 드라마국을 웃게 한 두 ‘닥터’의 만남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한석규와 ‘닥터스’ 홍지홍 김래원이 감옥(‘프리즌’)으로 향했다.

‘프리즌’은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과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의 범죄 액션 영화. 한국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인 범죄와 액션에 한석규와 김래원이라니. 기대를 안 할 수 없는 조합이다.

‘프리즌’을 통해 한석규는 필모 역사상 가장 악독한 캐릭터 익호를 연기했다. 익호는 죄수들뿐 아니라 교도관까지 발 밑에 두고 쥐락펴락하는 절대 권력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악독한 ‘프리즌’의 제왕이다. 한석규 특유의 카리스마가 익호 캐릭터에 어떻게 녹아들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로맨틱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낸 ‘상남자’ 김래원도 관전 포인트다.

여성 배우는 없다. 정웅인 조재윤 신성록 이경영 김성균 한성용 차엽 송경철 곽민호 박진우 유정호 한주완 전배수 등 감독도 배우도 모두 남자로 마초 남새가 물씬 풍긴다.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강렬한 액션을 담아낸 ‘프리즌’은 국내 최초 4개월에 걸쳐 실제 교도소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 리얼리티를 더했다.


문제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도 23일 개봉한다. 홍상수 감독이 만들고 그의 뮤즈이자 정인(情人) 김민희가 주인공을 맡은 작품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감독 상원과 사랑에 빠진 후 모든 것을 잃는 여배우 영희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전적인 작품을 만들어온 홍상수 감독(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의 신작인데다 실제 불륜 관계인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와 맞닿은 지점이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김민희의, 김민희에 의한, 김민희를 위한 영화였다. 1부에서는 영희의 내적 갈등과 고백을 2부에서는 그런 영희를 응원하는 주변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그린다. 극 중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영희와 상원을 감싸고돈다. 이 커플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에 대해 “할 일이 그렇게 없나” “좀 내버려두지”라고 일갈한다. “난 이제 남자 외모 안 봐. 잘생긴 남자들은 다 얼굴값 해. 많이 만나봤지” “제가 폭탄이잖아요. 파괴적이죠. 주위 사람들 괴롭히고 망가뜨리고!!!”라는 영희의 대사는 마치 김민희의 실제 고해성사처럼 들린다.

차라리 두 사람의 불륜을 몰랐다면 더 깊이 있게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오롯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다큐가 작품을 이겨버린 상황에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열애 고백’이 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모인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오퍼스픽쳐스-쇼박스-전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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