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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현실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그래서 ‘도깨비’보다 더 비현실적(?)이었기에 남궁민표 ‘김과장’이 빛을 발했다. 특별한 능력 대신 너스레와 코믹함으로 무장한 김성룡이 점차 의인이 되어가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
당초 ‘김과장’은 지상파 수목극 경쟁에서 가장 최약체로 분류됐다. 남상미의 컴백작이나 2PM 준호의 연기 도전 등 화제가 될 만한 요소가 있었으나 동시간대에서는 배우 이영애가 컴백하는 등 매우 나쁜 대진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입소문을 탄 ‘김과장’은 어느새 수목극 최강자로 자리매김 했다. 배우 남궁민을 비롯해 시청자들의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짚은 KBS 드라마 제작진이 일궈낸 쾌거였다.
특히 남궁민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SBS ‘냄새를 보는 소녀’, ‘리멤버-아들의 전쟁’ 등 전작에서 쌓아둔 싸이코패스 살인마, 악역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 오히려 ‘김과장’을 통해 한 작품의 메인 남자 주인공으로서 손색없는 자원이라는 것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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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궁민의 성과는 온전히 본인의 실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 덕이다. 그는 ‘미녀 공심이’ 때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악역 이미지를 어떻게 벗을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벗어나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지금 맡은 배역에 몰입하려고 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 방송 관계자 역시 “많은 배우들이 연기 변신을 이야기 하면서도 악역을 기피하는 까닭은 그 작품 이후 악역 이미지를 벗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미녀 공심이’-‘김과장’으로 이어진 남궁민의 성과는 매우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로는 시청자의 혈압을 한껏 끌어올리는 악역이었던 남궁민이다. 그런 인물이 이제는 10년 묵은 체증을 날려주는 안방의 히어로가 됐다. 이렇게 깔끔한 실력으로 이미지 변신을 이뤄낸 배우가 최근 있었을까. 남규만에서 김성룡이라니 이 정도면 ‘이미지 세탁(?)’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