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타고…SNS 타고…차트 점령한 ‘역주행 음원’

입력 2017-04-1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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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툽·구윤회-버스커버스커-신현희와 김루트.

멜론 100위차트 중 10곡이 지난 노래
인기 BJ 라이브 동영상 등 순위 영향
팬덤약한 가수들은 허탈감에 젖기도

음원차트에서 ‘역주행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음악사이트 멜론의 4월11일자 일간차트 100위권에는 역주행으로 순위에 진입한 노래가 10곡에 이른다. 4위에 오른 마크툽·구윤회 ‘메리 미’(2014)를 비롯해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2012), 신현희와 김루트 ‘오빠야’(2015), 하이포 ‘봄 사랑 벚꽃말고’(2014), 창모 ‘돈 벌 시간’(2016), 한동근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해’(2014), 십센치 ‘봄이 좋냐’(2016), 창모 ‘아름다워’(2016), 반하나 ‘그대가 나를 본다면’(2014), 길구봉구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2014) 등이다.

가깝게는 지난해 7월, 멀리는 2012년 3월 나온 이 노래들이 뒤늦게 차트 100위권에 진입한 배경은 다양하다. ‘벚꽃엔딩’ ‘봄 사랑 벚꽃말고’ ‘봄이 좋냐’는 봄이란 계절이 특정 음악의 소비를 집중시키는 ‘봄 캐럴’이다. ‘오빠야’는 인터넷방송 BJ의 애창곡으로,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해’는 TV 경연프로그램을 통해 역주행의 계기를 얻었다. 나머지 곡들은 페이스북의 ‘일반인들의 소름돋는 라이브’ ‘우리들의 소름돋는 라이브’ 등과 같은 노래 동영상 페이지를 통해 주목받으면서 뒤늦게 차트에 올랐다.

2014년 EXID ‘위아래’가 ‘직캠’을 계기로 뒤늦게 주목받아 음원차트 1위까지 오르는 ‘역주행의 신화’를 쓴 후 작년엔 신현희와 김루트 ‘오빠야’가 화제를 모으는 등 이따금 역주행 사례가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 비슷한 현상으로 하나둘 차트에 진입하더니 13일 현재 10곡에 이르게 됐다.

이는 ‘숨은 노래, 좋은 노래’에 대한 음악 팬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를 낳았고, 차트에 없는 ‘좋은 노래’를 찾아 들으려는 노력으로 이어지며 더욱 잦아지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구독자수 5만명을 돌파한 ‘우리들의 소름돋는 라이브’ 운영자는 13일 “페이스북 페이지 이용자층과 음원차트의 소비층이 겹쳐 페이스북에서 유행이 되면 자연스럽게 음원차트 순위에 반영된다. 페이스북에서는 음악적 진정성과 가사의 공감대가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좋은 곡은 언젠가는 인정 받는다’는 믿음을 주기도 하지만, 팬덤이 약한 일부 가수 측은 신곡을 준비하면서 허탈감에 젖기도 한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팬덤 없는 신곡이 100위권 차트에서 자리를 차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옛 노래까지 뒤늦게 차트에 계속 오르는 걸 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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