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약체팀의 ‘껍질’을 깨기 시작하다

입력 2017-04-22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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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김진욱 감독. 스포츠동아DB

kt 김진욱 감독은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kt가 올해 몇 등으로 끝날 것 같습니까?” 김 감독은 ‘순수하게 궁금해서 묻는다’고 했지만 듣는 쪽에서는 다르게 들렸다. ‘세간의 예상이 틀릴 것’이라는 김 감독의 자신감이 어쩐지 느껴졌다. ‘적어도 kt가 또 꼴찌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이 깔려있는 듯했다.

김 감독은 웃으며 “요즘도 인터뷰만 하면 ‘언제 고비가 올까요?’라는 질문이 꼭 나온다”라고 말했다. kt가 상위권에 있는 현실을 세상이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얘기다. 실제 그 예상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주목하는 지점은 달리 있다. 여기에 오기까지 kt 선수들이 해낸 질적 성취를 봐달라는 것이다. “kt가 지금까지 상대했던 팀들의 선발투수를 살펴봤다”고 김 감독은 말했다. 이 말인즉슨 지금까지 kt 타자들이 거의 1~3선발투수들과 집중적으로 대결한 현실을 내포한다.

왜냐하면 kt를 약체로 지목한 팀들이 이길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kt전에 집중 배치해왔다는 얘기다. 실제 한화도 외국인투수 오간도의 자원등판(?)을 명분삼아 23일 kt전 선발로 예고했다. 이런 환경을 고려하면 kt의 타격 데이터가 마냥 떨어진다고 저평가할 수 없다는 뜻으로 귀결된다.

kt가 약체의 이미지를 벗을수록 상대팀들도 만만한 1승 제물로 생각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가는 길이 평탄해질 수 있다. 지금 kt는 이미지를 바꾸는 그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kt의 젊은 선수들은 성장하고 있다. 시행착오도 다 경험이 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헤르만 헤세의 고전 ‘데미안’에 나오는 유명한 경구다. kt 마법사들이 알을 깨고 나와 야구판을 뒤엎을 수 있을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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