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일본인 노무라 하루가 1일(한국시간) 끝난 LPGA 투어 텍사스 슛아웃에서 연장 6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베테랑 크리스티 커(미국)를 꺾고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라스 콜리나스 골프장에서 노무라가 우승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연장 6번째 홀서 크리스티 커 꺾고 우승
한국계 일본인…한국선수들 축하 세례
“긴 하루였다.”
한국계 일본인 노무라 하루(25)에게 3승은 멀고도 험했다. 정규 72홀을 끝내고, 6차례의 연장 끝에 차지한 우승이라 더욱 값졌다. 우승 후 남긴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라스 콜리나스 골프장(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런티어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총상금 130만달러·우승상금 19만5000달러) 최종 4라운드는 프로들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았다. 강풍이 몰아치면서 53명의 선수 중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지은희(1언더파 70타), 양희영(2언더파 69타) 등 고작 2명에 불과했다. 그 덕에 지은희는 공동 5위(합계 1오버파 285타), 양희영은 공동 9위(2오버파 286타)까지 순위를 수직 상승시켰다.
반면 박인비는 81타를 쳐 공동 13위(3오버파 287타)로 미끄러졌고, 우승까지 넘봤던 아마추어 성은정은 무려 15오버파(86타)를 쳐 공동 40위(9오버파 293타)로 내려앉았다. 안젤라 스탠포드(미국)는 버디를 1개도 잡아내지 못한 채 18오버파(89타)를 적어내며 꼴찌(15오버파 299타)까지 추락했다.
강풍 앞에선 모두가 속수무책이었다. 선두였던 노무라는 5타를 잃고 합계 3언더파 281타로 경기를 마쳤다. 크리스티 커(미국)가 3오버파 74타로 막아내며 노무라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노무라 하루.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노무라에게 커는 벅찬 상대였다. 커는 LPGA 투어 통산 19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2주 전 롯데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해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18번홀(파5)에서 서든데스 방식으로 치러진 연장전도 시종일관 커가 주도했다. 그러나 노무라는 끌려가면서도 어렵게 파로 막아내는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연장 6번째 홀에서 노무라가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번째 샷을 홀 뒤쪽 3m 지점에 붙여 이글 기회를 만들었다. 이글 퍼트가 홀 앞에서 멈췄지만, 가볍게 버디를 성공시키며 파에 그친 커를 무너트렸다. 노무라는 우승 후 “재미있었다”는 의외의 소감을 밝혔다.
노무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국내 골프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한국에서 살았고, 문민경이라는 한국이름도 있다. 이 때문에 LPGA 투어에서 활약하면서도 일본선수들보다는 한국선수들과 더 가깝게 지낸다. 프로로 전향하면서 일본 국적을 택했다. 국내에는 골프를 잘 치는 선수들이 워낙 많은 터라 일본에서 프로생활을 할 목적에서였다. 이날 우승이 확정된 순간에도 전인지, 이민지 등 한국선수들에게서 더 많은 축하를 받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