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경이 30년간 무대에 오르며 지키고자 했던 신념은 ‘주인의식’이다. 무슨 일을 하든 자신 때문에 작품을 함께 만든 모든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작품에 임했다. 그는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뭐든지 열정으로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과가 좋으면 저도 좋은 거잖아요. 저는 제 공연에 관객들이 안 오면 괜히 미안하더라고요. ‘나로 인해 작품의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건가’라는 걱정이 들기도 하고요. 정말 이 일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설렁설렁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태도를 강조해요. 우리 집 일처럼 했으면 좋겠다고요. 제가 지금 호텔 생활을 하잖아요. 많은 분들이 부러워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누군가가 대신 방을 치워준다고 해도 그 공간을 지저분하게 사용하진 않아요. 그 공간을 어떻게 만드는가는 그 방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런 것처럼 아마 모든 일을 우리 집, 내 회사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결과도 달라질 거예요. 그렇게 하다 보니 작품도 잘 되고, 앙코르 공연도 많아지는 거 같아요.”
실제로 전수경이 출연한 대부분의 작품은 본 공연 후 앙코르 공연으로 이어졌다. 그는 “배우로서 이런 생각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극 정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 후배들은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에 기량이 우수하고 이미 많은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미리 많은 것을 배우다 보니 가끔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는 배우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저희는 연기를 공부할 때 배우의 3대 요소를 배웠어요. 하나는 믿고 하는 것(Believable)이에요. 상황과 캐릭터를 믿고 해야 하죠. 배우가 그 이야기를 믿어야 연기를 할 수 있어요. 그래야 보는 사람들도 집중을 할 수 있게 되고요. 두 번째는 주목 받는 것(Compelling)이에요. 이건 흡입력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제가 무대에 있을 때는 관객들이 제게 빠져들어야 하거든요. 그런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해요. 마지막 세 번째는 엔터테이닝(Entertaining)이에요. 연기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죠. 여기서 하나 더 추가를 한다면 배우의 사상이나 생각, 그리고 의지죠. 뭔가 개성 있고 스타일이 좋고, 거기에 인간성이 더해진다면 정말 좋은 배우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돋보이게 하는 건 ‘하모니’라고 강조했다. 전수경은 “내 연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그런데 역할을 잘못 분석하고 자신만 주목 받으려고 하는 배우가 있다. 안타깝다. 물론 잘 하는 배우도 있다. 심지어 무대에서 빛나고, 배우들과 하모니를 이루며 스태프까지 존중하는 후배들이 있다. 그런 후배들을 보면 정말 좋다. 정성화, 정선아, 김호영이 그런 친구들이다. 연극 정신이 있는 후배들이다. 다들 한결 같이 열심히 하고, 예의바르고, 에너지도 넘쳐 나 역시 그들로 인해 에너지를 받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배우는 최정원이다. 그는 “다른 공연을 함께 하기도 했지만 정말 존경스러운 친구”라고 말했다.
“오래 같이 한 친구들은 서로에게 배울 게 있고 그걸 닮아가려고 노력하고 또 각자 개성도 가지고 있잖아요. 무대를 지켜주고 있는 게 고맙고 감사하죠. 또 함께 무대에 서는 날에는 극장 가는 게 즐거워요. 다른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맘마미아’를 하면 지겹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런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죠.”
앞으로 그가 추구하고 싶은 일은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스크린에 출연을 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전수경은 “언젠가부터 여성, 특히나 중년 여성이 스크린에 보이는 경우가 별로 없더라. 우리 여배우들도 좋은 작품에서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회가 생긴다면 연극이나 뮤지컬 연출을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인생의 모토는 정말 작은 것에도 감사하자는 것이에요. 그렇게 사는 게 복이 오는 것 같아요. 또 일에서도 모토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제가 더 빨리 알려지고 잘하는 배우라고 알아줬으면 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진짜 ‘연극정신’으로 화합을 이루려는 그런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에요. 그런 사람들과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가장 바라는 일은 제가 무대에 설 수 없는 날이 올 때까지 그들과 한 무대에 서는 것이에요. 또 예전부터 꿈꾸던 칸 영화제! 하하. 아직 포기하긴 일러요.”
→ 베테랑 토크 ③으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