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엣지] 윤아정 없는 ‘당신은 너무합니다’, 상상할 수 없다

입력 2017-05-03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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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정 없는 ‘당신은 너무합니다’, 상상할 수 없다

윤아정이 재간둥이 욕망녀 활약을 톡톡히 하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극본 하청옥, 연출 백호민)에서 박현성(조성현)의 아내이자 재벌가 둘째 며느리 고나경 역으로 출연 중인 그는 감칠맛 나는 연기와 캐릭터의 생생한 매력으로 극을 풍성하게 만들며 ‘당신은 너무합니다’ 보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중이다.

나경은 재벌 회장 아버님의 뒤를 이어 남편을 후계자로 만들고 자신 역시 재벌가 안주인으로 사는 것이 최대 목표인 인물. 이를 위해 호랑이 같은 시할머니의 모진 시집살이를 견디고 있지만, 갑작스레 등장한 경쟁자 유지나(엄정화)와 장남 박현준(정겨운)의 집안 내 존재감 급부상으로 위기감을 느낀 채 자리를 지키는 데 혈안이 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자살 사건에 얽힌 의문점을 현준에게 비밀리에 귀띔해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만들어 버리고, 이를 통해 장남 현준이 후계자가 되지 못하도록 수를 쓴 과감한 행동은 나경이 얼마만큼 위기를 느끼는가를 확실히 보여준 대목. 이를 통해 현준의 아버지 박성환(전광렬)을 향한 분노는 극에 달했고, 이는 ‘당신은 너무합니다’ 에 굵직한 서사를 만들며 인물들을 극한 갈등으로 몰아 넣었다.

뿐만이 아니다. 성환의 눈에 들려 지나를 별채에 들였다가 약혼까지 이르게 한 나경은 자신의 이 같은 뼈아픈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지나가 극구 거절하던 약혼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자 약점을 찾는 데 골몰하며 또 다른 위기를 조성하는 중이다.

이처럼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으며 집안 내 갈등유발자로 기세가 등등하지만 나경에게서는 꽤 귀여운(?) 구석 또한 간간이 포착되기에 반전 매력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지나의 별채에 드나드는 경수(강태오)를 수상히 여기며 그가 시각장애를 지녔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깜짝 등장 퍼포먼스(?)로 시청자들에게 파안대소 상황을 만드는가 하면, 내일 모레 오십인 지나가 후사를 낳아 쉰둥이라는 또 다른 경쟁자를 만날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으로 ‘웃픈’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틈틈이 인물들 사이의 이야기를 의도치 않게 엿듣게 되고, 그러면서 짓는 의미심장한 표정과 남편과의 심각한 대책회의는 나경이라는 인물의 반전 매력을 배가시키며 그녀의 행보를 주목하게 한다.

재벌가 차기 안주인 자리를 노리며 방해물들을 제거해 나가는 데 서슴없는 이 욕망 넘치는 캐릭터를 윤아정은 발산하진 않지만 꾸준히 목표를 향해 수를 꾸미는 모습과 순간순간 돌변하는 눈빛, 야릇한 표정 연기로 표현하며 생기를 불어넣는 중이다. 무엇보다 윤아정의 이런 호연은 자칫 얄미워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주목 받게 만드는 것은 물론, 재벌가의 욕망 넘치는 재간둥이마냥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의 활약 또한 기대하게 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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