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원이 다녔던 학교, 주윤발의 고향섬…홍콩, 시간을 거슬러 가다

입력 2017-05-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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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라마섬 전경

■ 홍콩 올드타운과 라마섬

센트럴∼셩완 이어진 좁은 거리 거닐면
공존하는 홍콩의 어제와 오늘이 느껴져

라마섬은 80년대 느낌 그대로 간직한 곳
용수완∼소쿠완 하이킹 슬로우투어 제격

‘시간을 거슬러 간다’는 의미의 타임리프(time leap)는 요즘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 자주 접하는 소재이다. 돌이키는 시간의 크기에 따라 추억을 떠올리며 느끼는 달달한 정서가 있는가 하면, 역사적 사건을 오늘의 시각에서 다시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여행에서도 타임리프의 경험을 주는 곳들이 있다. 쇼핑, 미식, 패션 등 트렌디하고 힙한 여행지로 인기 높은 홍콩도 그중 하나이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홍콩이 걸어온 파란만장한 과거와 역동적인 오늘의 모습이 공존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시계바늘이 과거 시간에서 멈춘 것같은 곳이 있는가 하면, 옛 자취가 생생한 역사적 현장에서는 무심히 흘러온 오랜 시간의 두께를 새삼 느끼게 한다.


● 역사현장부터 젊은 예술가의 감성까지 한곳에, 올드타운(Old Town)

홍콩에 사실 올드타운이란 지명은 없다. 센트럴부터 셩완까지의 지역에서 항구 반대편, 비탈진 산자락의 좁은 ‘스트리트’들이 홍콩의 어제와 오늘을 접할 수 있는 올드타운이다.

우선 포제션 스트리트(Possession Street). 상점과 식당이 뒤섞인 홍콩섬의 흔한 거리 중 하나로 보이지만 1841년 1월 영국군이 홍콩에 처음 주둔한, 150년 영국 식민지 시대가 시작한 곳이다. 영국군의 점령지를 뜻하는 포제션 포인트에는 현재 중국풍 시민공원 ‘헐리우드 로드 파크’가 있다.

포호에 있는 홍콩 유명 플로리스트 로디콴이 운영하는 플라워 아틀리에 ‘탈렌시아 플로럴 아트’.



먹방투어객에게 소고기국수집 ‘카우키’와 토마토국수집 ‘신흥유엔’이 있는 곳으로 친숙한 고우 스트리트(Gough Street)는 쑨원(손문)이 청소년 시절 다녔던 센트럴 스쿨이 있던 곳이다. 센트럴 스쿨은 중국인과 서양인들이 서양식 교육을 함께 받던 최초의 학교이다. 지금은 트렌디한 식당과 인테리어 숍, 카페, 갤러리 등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다.

센트럴에서 셩완까지 이어진 긴 거리, 할리우드 로드(Hollywood Road)도 홍콩 역사와 인연이 깊다. 이곳은 식민 시대 중국 무역상들이 영국인과 유럽인들에게 물건을 사고팔던 지역이다. 여기서 뻗어있는 타이핑샨 스트리트에는 1847년에 세워져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만모사원이 있다. 학문의 신과 무예의 신을 주신으로 모시는데 고색창연한 건물, 붉은빛 등,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켜놓은 향의 냄새가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준다.

홍콩사람들이 소원을 빌던 관음사당이 아직도 남아있는 타이핑샨 스트리트.



만모사원 오른쪽에는 가파른 계단길, 래더 스트리트(Ladder Street)가 있다. 마치 이어진 사다리처럼 보여 붙은 이름인데, 영국군이 진주했던 1841년에서 1850년 사이에 돌로 만들었다. 총 350m 길이로 양 옆으로 주택가와 새로운 관광명소가 포호(Poho)가 붙어 있다.

홍콩이 요즘 주력 관광명소로 밀고 있는 PMQ(Police Married Quarters)는 1951년에 지어진 경찰학교 기숙사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이다. 2014년부터 젊은 디자이너 숍과 스튜디오, 레스토랑과 팝업 스토어 등이 들어섰다. 마주보는 두 빌딩에 100여개가 넘는 숍이 있다.


● 시간이 느리게 지나갈 것 같은 곳…라마섬(Lamma Island)

촌스러움과 정겨움, 아기자기함과 이국적인 분위기가 뒤섞인 라마섬 용수완 선착장 앞 상점가.


란타우섬, 홍콩섬, 츠레자오(첵랍콕)섬에 이어 홍콩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영화배우 주윤발의 고향이기도 하다. 센트럴 페리선착장 4번 부두에서 배를 타고 40분 정도 가면 라마섬의 용수완이나 소쿠완 선착장에 도착한다. 인구가 1000여명으로 많지 않고, 그나마 대부분 선착장인 용수완과 소쿠완 근처에 모여 산다. 용수완 선착장에서 이어지는 200m가 채 안되는 상점가가 섬의 가장 번화한 거리다. 시계바늘이 1980년대에서 멈춘 것 같은 약간 촌스런, 하지만 정겨운 느낌의 상점과 음식점들 사이로 보헤미안 느낌의 이국적인 가게가 섞여 있는 묘한 동네다. 홍콩 내에서 외국인 거주자가 많기로 유명한 지역의 특색이 그대로 묻어나는 분위기다. 걷다보면 예전에 동네 문방구에서 팔던 튜브풍선부터 홍콩의 대표적인 군것질거리인 어묵튀김과 계란빵까지 다양하게 만난다.

홍콩의 대표적인 군것질거리 계란빵. 한국의 계란빵과는 달리 속에 아무 것도 없다.



이곳은 용수완과 소쿠완을 잇는 하이킹 코스가 유명하다. 종주하는데 1시간 반 정도 되는데 코스의 난이도도 높지 않고 걷는 동안 보이는 섬의 풍광도 괜찮아 홍콩에서 즐기는 슬로투어로 제격이다. 라마섬은 또한 홍콩에서도 손꼽히는 해산물 요리 명소여서 페리 선착장 입구부터 가는 곳곳에 시푸드 레스토랑이 있다. 레인보우 레스토랑이 관광객 사이에 가장 유명하지만, 굳이 그곳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돌아다니면 적당한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을 만날 수 있다.

홍콩 글·사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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