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첫 승’ 이태양, 서드피치 14개가 가져온 변화

입력 2017-05-12 23: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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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한화 선발 이태양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한화 이태양(26)이 4.2이닝 동안 6안타(1홈런) 2볼넷 2삼진 3실점하고 승패 없이 물러난 6일 대전 kt전. 그는 팀이 5-3의 승리를 거둔 뒤 자체 선정 수훈선수가 돼 단상에 올라야 했다. 그는 단상에 오르기 전 잠시 머뭇거렸다.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잘하고 나서 (단상에) 올라가야 의미가 있지”라고 말했다.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승리의 기쁨보다 더 컸다. 그가 원했던 것은 바로 누가 봐도 당당한 투구였다.

이태양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원정경기에서 그토록 바라던 당당한 투구를 했다. “이태양이 6일 경기 3회를 기점으로 살아났다”던 한화 김성근 감독의 말이 맞았다. 이날 이태양은 5이닝 동안 84구를 던지며 5안타 무4사구 4삼진 1실점의 호투로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개막 3연패 끝에 시즌 첫 승리를 따낸 터라 기쁨은 2배였다. 시즌 7경기(선발 5경기) 만에 거둔 승리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마운드를 내려가기 바빴던 이전 등판과 달리 이날은 6회 송창식에게 바통을 넘기고 덕아웃을 향하던 그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이날 이태양은 최고구속 145㎞의 직구(39개)와 포크볼(31개) 위주의 투구를 했다. 슬라이더와 커브도 각각 7개씩 섞어 던지며 상대 타자의 노림수를 뺏었다. 3회 김용의와 이형종, 4회 루이스 히메네스를 상대로 3연속삼진을 솎아낸 것이 백미였는데, 결정구가 직구(141㎞·김용의)와 포크볼(이형종), 슬라이더(히메네스)로 각기 달랐다.

1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가 5-3 승리를 거두며 LG의 8연승을 저지했다. 경기 후 한화 김성근 감독이 승리투수가 된 이태양(오른쪽)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특히 히메네스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10구째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은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주무기인 직구와 포크볼이 아닌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뺏겠다는 이태양의 배짱을 보여준 대목이어서다. 한화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잘 뺏었다”고 했고, 현장을 찾은 정민철 MBC스포츠+ 해설위원도 “이전 등판과 견줘 이태양이 서드피치(슬라이더·커브)를 던질 때 겁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태양은 경기 후 “(4회 히메네스 타석 때) 포수 차일목 선배의 리드대로 의심의 여지없이 던졌는데, 슬라이더가 원하는 코스로 들어갔다”며 “변화구 제구가 된다는 것은 타자와 싸우기가 한결 편해진다는 얘기다. 직구와 포크볼 위주로 던졌지만, 서드피치가 원하는 코스에 들어가다 보니 자신감이 더 커졌다. 시즌 초반 좋지 않은 모습에 스스로 실망이 컸는데, 오늘 승리를 계기로 자신감을 찾았다. 스스로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다고 느껴 집중해서 던졌다”고 기뻐했다. 김 감독도 “이태양이 잘 던져줬다”고 칭찬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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