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삼성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그러나 류 감독은 사석에서 “큰 일 났다. 투수들은 대부분 30대다. 이승엽, 최형우에 박석민까지 한 해 두해 나이 들고 있다. 그런데 퓨처스에 선수가 없다. 선수가…”라며 한숨을 지었다.
당시 삼성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 속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제일기획이 대주주가 되기 전으로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했다. 박석민, 최형우에 차우찬까지 프리에이전트(FA)시장에서 타 팀에 뺏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외국인 선수도 항상 최정상급 자원이었다. 특히 ‘도박 스캔들’이 터지기 전이었다. 임창용과 함께 안지만이 4~5년은 불펜을 지켜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새로운 전력을 정성들여 육성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당시 류 감독도 지금 같은 급격한 전력 약화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단 2017시즌 초반 돌이켜보면 소름이 돋는 절묘한 부분이 많다. 당시 류 감독은 “뛰어난 선수들이 잘 이끌어 주고 있지만 부상 등의 이유로 한꺼번에 3~4명이 전력에서 이탈하고 외국인 선수가 말썽이면 유망주 층이 두텁지 못해 갑작스럽게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삼성이 추진하고 있던 초대형 현대식 2군 전용훈련장 신축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노후화된 경산 볼파크를 대신해 두산, LG가 자랑하는 육성 인프라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시설이었지만 모그룹의 정책 변화로 2015시즌 종료와 함께 백지화됐던 대형 프로젝트였다.
우승이 너무나 쉬워 보였던 삼성은 불과 3시즌 전 그렸던 최악의 시나리오, 갑작스러운 전력 이탈, FA 유출, 외국인 선수 부진을 한꺼번에 겪으며 15일까지 7승28패2무를 기록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