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소름 돋는 류중일의 예언 “2군에 선수 없다”

입력 2017-05-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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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삼성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이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던 2015년 시즌 중반, 당시 류중일 감독은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1위를 질주하고 있었고, 전성기의 해태도 이루지 못한 5년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고 있었다.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류 감독은 사석에서 “큰 일 났다. 투수들은 대부분 30대다. 이승엽, 최형우에 박석민까지 한 해 두해 나이 들고 있다. 그런데 퓨처스에 선수가 없다. 선수가…”라며 한숨을 지었다.

당시 삼성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 속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제일기획이 대주주가 되기 전으로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했다. 박석민, 최형우에 차우찬까지 프리에이전트(FA)시장에서 타 팀에 뺏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외국인 선수도 항상 최정상급 자원이었다. 특히 ‘도박 스캔들’이 터지기 전이었다. 임창용과 함께 안지만이 4~5년은 불펜을 지켜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새로운 전력을 정성들여 육성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당시 류 감독도 지금 같은 급격한 전력 약화를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단 2017시즌 초반 돌이켜보면 소름이 돋는 절묘한 부분이 많다. 당시 류 감독은 “뛰어난 선수들이 잘 이끌어 주고 있지만 부상 등의 이유로 한꺼번에 3~4명이 전력에서 이탈하고 외국인 선수가 말썽이면 유망주 층이 두텁지 못해 갑작스럽게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삼성이 추진하고 있던 초대형 현대식 2군 전용훈련장 신축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노후화된 경산 볼파크를 대신해 두산, LG가 자랑하는 육성 인프라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시설이었지만 모그룹의 정책 변화로 2015시즌 종료와 함께 백지화됐던 대형 프로젝트였다.

우승이 너무나 쉬워 보였던 삼성은 불과 3시즌 전 그렸던 최악의 시나리오, 갑작스러운 전력 이탈, FA 유출, 외국인 선수 부진을 한꺼번에 겪으며 15일까지 7승28패2무를 기록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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