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박상하’는 신치용 단장의 역전극

입력 2017-05-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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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신치용 단장. 스포츠동아DB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는 어떻게 박상하(31)를 품에 안았을까?

프리에이전트(FA) 센터 박상하가 원 소속구단 우리카드와 우선협상이 결렬돼 시장에 나왔다. 우리카드는 FA 센터 최고수준 몸값을 제시하며 필사적으로 매달렸으나 박상하는 결별을 택했다.

박상하의 행선지를 놓고 삼성화재, OK저축은행, 대한항공이 참전했다.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은 센터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대한항공도 내부 FA 센터 진상헌, 김형우와 잔류계약에 실패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세 팀 공히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박상하를 상정하고 있었다.

배구계에서는 ‘세 팀 중 삼성화재가 가장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무게감 있게 돌았다. 이유는 자기주관이 뚜렷한 스타일로 알려진 박상하가 예외를 두지 않는 조직문화가 견고한 삼성화재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박상하가 ‘우승’을 명분으로 우리카드와 헤어졌다면, 사실 굳이 삼성화재가 아닌 팀을 선택해도 자기모순이 될 상황은 아니었다. 실제 대한항공은 박기원 감독이 직접 영입전에 뛰어들며 삼성화재 못지않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전언이다. OK저축은행도 김세진 감독이 본격적 움직임을 시작할 채비를 갖췄다.

삼성화재 박상하. 스포츠동아DB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삼성화재의 박상하 영입전 승리는 반전에 가깝다. 신치용 단장이 협상 전면에 나섰다. 신 단장은 박상하를 만나 물었다. “무엇을 원하느냐?” 박상하는 “우승입니다”라고 답했다. 신 단장은 특유의 짤막한 말투로 호응했다. “나도 단장으로서 (너와 함께) 우승하고 싶다.”

신 단장이 국가대표팀 감독이었을 때, 경희대 2학년 박상하를 처음 만났다. 라이트였던 박상하가 센터로 전향해 운명을 바꾸는데 영향력을 끼친 존재가 신 단장이었다. 그 인연이 결정적 순간 의기투합으로 이어졌다. 삼성화재는 V리그 현역 최고센터로 꼽히는 현대캐피탈 신영석(4억2000만원)만큼의 조건을 보장했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영입을 성사시킨 신 단장은 “(박)상하한테 고맙다. 신진식 감독이 원한 선수였는데 미안하지 않게 됐다”라고 덤덤히 말했다. 박상하라는 화룡점정을 그린 삼성화재는 우승전력을 구축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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