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40도 찜통 ‘마트 애완동물보관함’, 최선입니까?

입력 2017-05-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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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들어간 마트 애완동물 보관함 창에는 숨구멍이 있음에도 온도차이 때문에 창에 김이 서리게 된다. 사진제공|하얀비(august8027) 네이버 블로그

보관함 대부분 냉방 사각지대 위치
공간 협소하고 사람들 왕래도 많아
물건 취급 아닌 위탁보호시설 필요

최근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편의 시설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호텔, 해수욕장 등이 생겨나고 서비스가 고급화되고 있지만 마트, 휴게소와 같은 일상생활에서 동물과 함께하기엔 사회적인 배려가 부족하다.

마트, 휴게소와 같이 사람이 많은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품 보관함 옆에는 언젠가부터 애견보관함이 생겼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동물과 함께 입장할 경우 일반 고객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이용하는 시설임에도 동물보다 사람의 편의에 초점을 맞춰 제작해 반려동물의 안전을 위협한다.

대부분 철제구조물로 가로세로 50cm 남짓한 크기로 만들어진 애견보관함은 숨구멍이 뚫려 있다고 해도 냉방이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더운 여름에는 내부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간다. 일부에선 물품보관함을 애견보관함으로 사용하고 있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아크리스동물의료센터 박천식 원장은 “사이즈가 작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아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라며 “분리불안을 겪고 있는 반려동물은 심한 경우 호흡곤란으로 30분내 사망할 수 있다”라고 애완동물 보관함의 위험성을 전했다. 또 애견 보관함에 강아지를 넣어놓고 다시 데려가지 않는 등 유기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애견보관함이 사회적으로 문제제기가 되자 국내 일부 마트에서는 보관함이 아닌 위탁시설 운영에 나섰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일부 대형 할인마트에서 반려동물 매장을 운영하며 고객들이 쇼핑하는 동안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점의 규모나 사정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곳도 많아 애견보관함 문제를 해소시키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USE PET AREA’를 마련해 장시간 차에 있었던 개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면서 용변을 볼 수 있는 곳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또 독일에 이케아 매장에선 ‘개 주차장’을 운영한다. 시원한 그늘 아래 목줄이 있는 초록색 침대가 여러 개 놓여있고 개밥 그릇도 따로 마련돼 있어 보호자가 쇼핑을 하는 동안 반려동물이 안전하게 기다릴 수 있다.

국내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000만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는 현저히 부족하다. 반려동물이 한 생명으로서 배려 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또 배려 받은 만큼 선을 지킬 줄 아는 펫티켓이 공존한다면 동물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애견보관함 같은 문제가 더 이상 생겨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담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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