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만 할 뿐” “외면 못할 것” 의견 분분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단은 초청작에 대한 엄정한 심사와 치열한 토론을 거쳐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각 부문 수상작을 선정한다. 그 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다.
칸 국제영화제 소식지 평점은 그래서 경쟁부문 초청작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거의 유일한 잣대가 된다. 칸을 찾는 한국 취재진이 이를 열심히 보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영화제 공식 소식지로는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스크린 인터내셔널 데일리’(스크린), ‘르 필름 프랑세즈’(프랑세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스크린과 프랑세즈가 경쟁부문 초청작의 언론시사 이튿날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기자와 비평가가 부여한 평점을 공개한다.
올해 스크린은 자사와 함께 프랑스 리베라시옹, 영국 데일리 텔레그라프, 미국의 타임과 LA타임스, 독일과 이탈리아, 태국 등 모두 11개국 기자 및 평론가의 평점을 싣고 있다. ‘탁월하다’(Excellent)·‘좋다’(Good)·‘보통’(Average)·‘빈약하다’(Poor)로 나눠 각각 별점 4개부터 1개까지 점수를 부여한다. 최하점(0점)인 ‘형편없다’(Bad)는 ‘X’로 표기한다. 르 필름 프랑세즈은 르몽드와 르 피가로, 프리미어, 포지티프 등 프랑스 15개 매체 기자와 평론가의 평점을 게재한다. ‘갈라 크루와제트’라는 매체도 있지만 현지에서는 스크린과 프랑세즈의 평점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회자된다.
스크린은 다양한 나라 전문가들의 시선을 담아내고, 프랑세즈는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의 평점만을 게재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런 점에 비춰 스크린의 평점은 비교적 각 작품의 보편성과 대중성을 따져보게 하고, 프랑세즈는 “극단적으로 열정적이거나 인색한”(전찬일 영화평론가) 예술적 성취에 대한 프랑스의 냉철한 평가를 엿보게 한다.
그렇다면 이들 소식지의 평점이 높으면 정말 수상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을까. 올해 이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황금종려상 수상작과 소식지 평점을 살펴보면 ‘꼭 그렇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도표를 보면, 2012년 ‘아무르’와 2013년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두 소식지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2016년까지 수상작의 경우 그 상관관계를 따진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영화 해외 세일즈사 M라인 디스트리뷰션 손민경 대표는 “소식지 평점으로 수상 여부를 점칠 수는 없다”면서 “그래도 작품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 수치로 드러나는 만큼 참조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에서 만난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심사위원들도 소식지 평점을 아예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심사 과정에 평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하나, 각 작품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게 하는 것.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폐막식(올해는 한국시간 29일 새벽)을 앞두고 수상작으로 결정된 작품의 감독과 제작자, 배우 등에게 전하는 영화제 측의 언질이다. “칸에서 너무 멀리 떠나 있지 말라” 혹은 “폐막식에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등 귀띔이 때로 전해져 온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폐막식을 겸한 시상식에 주역들이 꼭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칸(프랑스)|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