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대표팀 이진현. 스포츠동아DB
왼발킥 특화…아디다스 대회부터 깜짝 발탁
준비한 세트피스 전략 절반이 이진현서 시작
이진현 “어렵게 잡은 기회, 꿈으로 만족 못해”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잉글랜드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별리그(A조) 3차전. 0-1 로 뒤진 후반 12분 한국 벤치가 승부수를 띄웠다. ‘FC바르셀로나 특급’ 이승우와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 이진현(성균관대)을 교체투입 했다.
교체 직후의 어수선한 틈을 타 잉글랜드의 선제골이 터져 아쉬웠으나, 이진현 효과는 충분했다. 위축된 플레이가 살아났다. 중원에서의 직선 패스가 많아졌고, 과감한 연계를 통한 공간침투의 빈도도 늘어났다. 결과적으로는 최종 엔트리 21명 전원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잉글랜드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5분의 추가시간까지 사력을 다했으나, 동점골을 얻진 못했다. 그래도 이진현은 제 몫을 다했다.
왼발 킥이 주무기인 이진현은 ‘막차로’ U-20 대표팀에 합류했다. U-20 대표팀의 지난해 12월 서귀포 동계훈련 때도, 올 1월 포르투갈 전지훈련 때도 뽑히지 못했다. 그러나 이진현은 3월 ‘아디다스 4개국 U-20 축구대회’를 통해 신태용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대학무대를 구석구석 살펴온 신 감독이 콕 찍어 발탁했다. 기대이상이었다. 온두라스전과 잠비아전을 풀타임으로 소화했고, 에콰도르전에선 55분을 뛰었다.
U-20 대표팀 이진현(왼쪽). 사진제공|FIFA U-20 월드컵 홈페이지
쟁쟁한 강호들과 U-20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격돌하게 된 신 감독이 다양한 세트피스 전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진현의 남다른 왼발은 비장의 카드였다. 공들여 준비한 20여 가지 세트피스의 절반 이상이 이진현의 발끝에서 비롯된다. 조별리그 3경기에선 세트피스 득점이 없었지만, 신 감독은 단판승부인 16강 토너먼트부터는 분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만날 16강전 상대 포르투갈은 이진현의 존재를 모른다. 1월 양국간 친선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까닭에 U-20 월드컵 개막 후에야 알게 됐을 뿐이다. 역설적으로 조별리그에서 세트피스 골이 없었다는 사실도 도움이 된다. 인플레이 상황보다 세트피스 상황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진현은 “U-20 월드컵을 위해 나름 노력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님이 부임하면서 어렵게 기회를 잡았다. 그저 꿈으로 만족할 수 없다”고 다짐했다.
이진현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직후 공격 포인트 4개를 개인적 목표로 잡았다. 골도 좋지만 어시스트, 특히 세트피스 상황에서라면 훨씬 의미가 값질 듯하다. 종횡무진 초록 그라운드를 누빌 이진현은 아직 첫 걸음도 제대로 떼지 않았다.
천안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