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대표팀 정태욱. 스포츠동아DB
후유증 불식…부상 전보다 더 강해진 멘탈
기니전 어시스트 남다른 공격 본능도 뽐내
“포르투갈 2선 침투 강점…철저히 대비할것”
3월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한국-잠비아의 ‘아디다스 U-20(20세 이하) 4개국 축구대회’ 2차전. 후반 막판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다. 전반 23분 교체 투입된 195cm의 장신 중앙수비수 정태욱(아주대)이 상대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다 크게 충돌했다. 1차 충격에 이어 그라운드에 나뒹굴며 2차 충격을 받고는 정신을 잃었다. 말려들어간 혀를 붙잡아 기도를 확보한 ‘절친’ 이상민(숭실대)을 비롯한 동료들의 침착하고 신속한 대응 덕분에 그는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뇌진탕 증세에 목뼈의 실금까지. 솔직히 정태욱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출전은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의 이탈은 대단한 손실이었다. 지난해 12월 신태용(47) 감독이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꾸준한 출전을 통해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정태욱이 없는 수비진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잠비아전에서 부상당한 정태욱.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다행히 정태욱은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최종 엔트리(21명) 선발 직전 25명 체제로 마지막 경쟁에 돌입한 4월 강화훈련부터 정상적으로 참가했다. 재활을 하면서도 근력운동에 매달리고, 이미지 트레이닝에도 적극적으로 임한 결과다.
물론 약간의 우려는 뒤따랐다. 최종 엔트리 확정 후의 마지막 강화훈련. 본선 조별리그 1·2차전 상대 기니와 아르헨티나를 겨냥해 마련된 우루과이,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정태욱의 플레이는 분명 예전과 같지 않았다. 상대가 쉼 없이 걸어오는 몸싸움을 조금은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불안감을 낳았다. 특유의 파이터 기질, 터프한 움직임, 정확한 위치선정 등이 나오지 않아 염려스러웠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피나는 의지로 부상 트라우마를 이겨냈다. 대학 은사인 하석주 감독은 “(정)태욱이의 정신무장은 부상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졌다. 자칫 선수생명을 잃을 뻔한 부상을 입었는데, 아무렇지 않을 순 없다. 결국 스스로 극복할 일이다. 충분히 100%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자의 선전을 기원했다.
마침 조별리그 초반 2경기가 치러진 전주에 U-20 대표팀이 입성한 날(16일)은 정태욱의 생일이라 의미를 더했다. 주장 완장을 찬 이상민은 ‘다시 살아난’ 친구를 위해 편의점에서 사온 즉석 미역국을 선물하는 정성을 보였다. 그리고 나흘 뒤(20일) 기니와의 A조 1차전에서 정태욱은 든든한 수비를 펼치는 한편 후반 36분 백승호(FC바르셀로나)의 3번째 골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백승호의 세 번째 골을 어시스트 하는 정태욱.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정태욱은 30일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도 큰 변수가 없는 한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경기장소가 새로운 생명을 얻은 천안벌이다. 기분 좋은 추억을 새긴 전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천안도 매우 의미 있는 곳이다. 또 26일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3차전 패배(0-1)는 쓰지만 좋은 약이 됐다.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가 얼마나 뼈아픈 결말을 낳는지 또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28일 천안축구센터에서 진행된 훈련에 앞서 정태욱은 “1월 포르투갈 전지훈련과 조별리그(C조) 분석을 토대로 포르투갈에 철저히 대비하겠다. 2선 침투를 장점으로 봤는데, 역시 강하더라. 유럽팀답게 확실히 임기응변이 좋고, 포메이션이 꽉 잡혀있다”며 완벽한 대비로 포르투갈 공격수들을 봉쇄할 것을 다짐했다.
천안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