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켈리. 스포츠동아DB
1회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부터 6회가 끝날 때까지 완벽 그 자체였다. 켈리는 1회 상대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한 뒤 곧바로 삼진 행진에 나섰다. 2회 1사에서 상대 4번타자 김동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이후 장성우 역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해 기세를 올렸다. 이어 3회부터 6회까지 매 이닝 삼진을 추가했다. 최고구속 152㎞에 이르는 직구(31개)와 체인지업(21개), 커터(17개), 커브(12개), 투심(12개)을 고루 섞어 재미를 봤다.
2015년 KBO리그에 데뷔한 켈리는 그동안 호투를 펼친 날에 유독 승리를 따내지 못하는 징크스를 지닌 투수였다. 팀 타선이 터지지 않거나 불펜진이 승리를 날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때문에 에이스 노릇을 하면서도 지난 2년간 20승(2015년 11승, 2016년 9승)을 거두는 데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이야기가 다르다. 한층 화끈해진 팀 타선과 함께 벌써 5승을 챙기고 다승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승수를 쌓는 속도 역시 지난 두 시즌보다 한 달 가까이 빠르다. 삼진 부문에서도 켈리의 이름은 빛나고 있다. 켈리는 이날 삼진 9개를 추가해 올 시즌 81개의 삼진을 기록 중이다. 2위인 LG 차우찬(68개)을 멀찌감치 따돌린 상태다.
타선에선 ‘켈리 도우미’ 최정의 방망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최정은 1회 무사 2·3루에서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때리고 결승타점을 기록한 뒤 3회 1타점 2루타로 켈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5회엔 상대선발 정성곤을 상대로 좌월 솔로홈런(시즌 16호)을 쏘아 올려 사실상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수원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