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시련의 잠실행 터널, 두산 1차지명 10년史

입력 2017-06-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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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입단 당시 성영훈.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1차 지명. 프로 진출을 앞둔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설렐 수밖에 없는 단어다. 고교 3학년 혹은 대학 4학년 유망주들은 학창시절 마지막 해 운명의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바로 신인드래프트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신인선수를 지명한다. 6월엔 연고지 고교 출신 최대어 1명을 뽑는 1차지명이 열리고, 8월엔 전년도 순위 역순으로 최다 10명의 유망주를 선발하는 2차지명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최대 관심사는 역시 1차지명이다. 그해 가장 뛰어난 선수가 첫 번째 선택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1차지명이 ‘대박’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KBO리그 출범 이후 무수한 선수들이 1차지명의 영예를 얻었지만, 이들이 모두 화려한 꽃길을 걷지는 못했다. ‘화수분 야구’라는 별칭으로 정평이 난 두산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 해가 멀다 하고 투타에서 고른 새싹들이 튀어나온 두산도 최근 10년간 유독 1차지명 잔혹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07년 이용찬(28) 이후 두산의 첫 번째 선택을 받은 10명(2010~2013년 전면드래프트 1라운드 포함)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 부상과 수술 그리고 부진…암흑의 터널 초입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프로 유니폼을 입은 기쁨도 잠시. 이들을 기다린 길은 어둡고도 추운 터널이었다. 학창시절 안게 된 부상과 이를 치유하기 위한 수술, 그리고 재활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여기에 보는 이를 안타깝게 만드는 부진도 세월을 덧없게 했다. 올 시즌 신인인 최동현(23)이 대학 4학년 시절이던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치른 일은 약과에 불과하다. 그에 앞서 많은 선배들이 아직까지 길고 긴 터널에서 외로이 머물고 있다.

2010년 사상 첫 전면드래프트 1차지명의 주인공이었던 장민익(26)은 입단 당시 모두의 관심을 받는 투수였다. 207㎝라는 농구선수 못지않은 신장 때문에 한국판 랜디 존슨(키 208㎝의 메이저리그 300승 투수)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팔꿈치 수술대에 오른 뒤 1군 무대를 간간히 밟는 정도에 만족해야했다. 그 사이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도 마쳤지만, 완성형 투수로 가는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장민익의 1년 후배인 최현진(25) 역시 부상과 악연이 깊다. 2011년 데뷔 시즌 직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첫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제대 후에도 한 차례 더 수술대에 올랐다. 터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최근엔 왼손가락 뼈에 금이 가 이를 치료하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두산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입단 시절 구위를 회복하기까진 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는 전망이다.

2014년과 2015년 1차지명 투수인 한주성(22)과 남경호(21)는 나란히 부진을 씻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둘 모두 큰 수술을 받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진 1군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구위는 아니라는 평가다. 한주성은 5월31일까지 퓨처스리그 8경기에 나와 2승4패 방어율 7.47(37.1이닝 31자책)을 기록하고 있다. 남경호는 최근 겪은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실전투구를 앞두고 있다. 이달부터는 퓨처스리그 마운드에 본격적으로 오를 계획이다.

두산 장민익. 스포츠동아DB



● 빛과 어둠, 1군과 2군의 길목 사이

두산팬들이라면 애증을 느낄만한 선수, 바로 성영훈(27)이다. 2009년 5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성영훈은 장차 두산 마운드를 이끌 유망주로 꼽혔다. 그러나 그 역시 부상 악령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0년 말 팔꿈치 수술대에 오른 이후 2015년엔 어깨 수술까지 받았다. 지난 9년간 1군 무대 단 25경기 출전이 전부. 그렇다고 재기의 불빛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달 19일 1군에 콜업돼 7년만의 복귀전을 치렀다. 비록 훈련 도중 허리를 다쳐 다시 2군에 내려갔지만, 몸 상태만 올라온다면 1군 복귀는 시간문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19일 1군 복귀전 당시 성영훈.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2013년 전면드래프트 1라운드의 마지막 주인공인 김인태(23)는 10명 가운데 유일한 야수다. 두산이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두꺼운 외야층을 자랑하기 때문에 주전확보는 쉽지 않지만, 공수주에 걸쳐 향후 주축이 될 떡잎인 사실만은 틀림없다. 1군과 2군을 가장 많이 오가는 선수 중 하나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2008년 1차지명 진야곱(28)은 최근 두산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2011년 불법스포츠베팅 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사실이 경찰수사 결과 밝혀졌다. 결국 3월 KBO 징계(20경기 출장정지)와 4월 구단 자체징계(사회봉사 120시간)를 받아 현재 이를 소화 중이다.

두산 진야곱. 스포츠동아DB



●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터널 밖으로

물론 두산의 최근 10년간 1차지명 대상자들이 모두 실패를 겪은 것은 아니다. 2012년 윤명준은 입단 이듬해부터 팀의 헐거운 불펜을 채우는 투수로 성장했다. 안정된 제구와 각도 큰 커브를 앞세워 2013년 7홀드를 챙긴 이후 2014년 16홀드를 거둬 필승조로 거듭났고, 2015년부턴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지난해 시즌 종료 뒤엔 상무에 입대해 현재 군 복무 중이다.

윤명준의 뒤를 이을 투수로는 이영하(20)가 꼽힌다. 2015년 선린인터넷고 3학년 재학시절 동갑내기 김대현(LG)과 원투펀치를 이뤄 이름값을 높인 뒤 이듬해 두산에 입단한 이영하. 입단과 동시에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간 재활에 힘썼다. 지난달 16일엔 첫 1군 무대를 밟은 뒤 28일 잠실 kt전에선 1.2이닝 무실점 쾌투로 첫 승까지 챙겼다.

지난 10년간 많은 부침을 겪었던 두산의 1차지명 선수들. 드넓은 그라운드와 풍족한 기회로 꾸며진 잠실벌이 이제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상무 윤명준-두산 이영하(오른쪽). 스포츠동아DB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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