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창모·스윙스·블랙넛, 래퍼들의 불편한 스웨그

입력 2017-06-12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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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창모·스윙스·블랙넛, 래퍼들의 불편한 스웨그

패륜, 성희롱 등을 은유한 가사는 래퍼들이 흔히 사용하는 그들만의 스웨그다. 하지만 이렇게 보여주는 스웨그는 그리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듯하다. 래퍼 본인이 유명해지거나 해당 랩가사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난을 받는 순간, 래퍼들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기 급급하기 때문이다. 떳떳했던 그 시절 스웨그는 ‘철 없던 시절 불찰’로 전락해버린다.

가수 효린, 수란과의 협업으로 유명해진 래퍼 창모는 12일 과거 자신이 쓴 가사에 대해 사과했다.

창모는 도끼, 더콰이엇, 빈지노가 속한 일리네어 레코즈 산하 레이블 엠비션뮤직에 속한 프로듀서 겸 래퍼다. 문제가 된 가사는 2013년 발표한 'Dopeman'과 ‘소녀’에 있다. "니들 랩 옷은 대구네 참사 난 니 페이에"라며 비방 가사에 대구 지하철 참사를 인용했다. 2014년 믹스테이프로 발표한 '소녀'라는 곡에선 "그 덕소X 한번 XX 싶다고", "덕소고 초록 핑크 교복 입고" 등 자신의 모교 여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했다.

최근 이 가사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난받았고 결국 창모는 인스타그램에 “제가 몇 년 전에 썼던 가사가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주게되었습니다. 제 철 없었던 시절의 불찰이며,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게재하며 상처받은 이들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문제의 가사들은 제가 스무살 즈음에 무료 공개했던 저의 아마추어 시절의 곡들로 이후 저 스스로도 제 어리석음을 깨닫고서 곡들을 내리고, 사과문을 개제하기도 했었습니다. 최근에 불거진 이 일의 많은 분들의 질책에 공감하며 저 역시 여전히 그 가사들에 대해 깊게 반성 중입니다. 제 음악에 두 번 다신 그런 가사는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창모에 앞서 스윙스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고(故) 최진실 딸 최준희 양이 스윙스 가사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데서 논란이 일어났다.

최준희 양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죄송합니다만 예전의 일을 들추는 게 잘못된 건 알지만 상처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은 저와 오빠인데요? 다 과거인데 왜 그러시냐는 말이 솔직히 저는 이해가 안 가네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최 양은 "저 스윙스 때문에 고등래퍼도 안 보고 웬만한 랩 분야는 잘 안 봐요 그만큼 볼 때마다 화가 나고 사과한 것도 '상처받을 줄 몰랐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는데, 그때는 제가 어렸을 때라 잘 몰랐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제 입장 그리고 제 가족들 입장에선 너무 황당한 발언 아닐까요?"라며 "예전 일이라도 화나는 건 여전하고 상처받는 건 여전합니다. 근데 왜 지금까지 난리 치시냐는 말은 당사자 입장은 생각 안 해보셨다는 거네요?"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는 스윙스가 엠넷 '고등래퍼'에 출연하면서 주목받았고 2010년 그가 쓴 가사가 재조명되면서 불거진 일이다. 스윙스는 2010년 래퍼 비즈니즈의 '불편한 진실' 피처링을 했다. 이 곡에서 스윙스는 '불편한 진실? 너흰 환희와 준희 진실이 없어. 그냥 너희들뿐임'이라는 가사를 썼다.

이에 대해 스윙스는 "7년전 내가 저지른 일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았다.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고 찾아 뵙고 사과를 드리고 싶다. 용서를 바란다기보다 조금이라도 상처가 낫기를 바라는 마음에 사과를 드리고 싶다. 지난 사건은, 나라는 사람의 본질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게 하는 최악의 일이었고 인생 가장 큰 사고이다”라며 잘못을 뉘우치는 글을 게재했다.

반면 사과의 말 한마디조차 없는 래퍼도 있다. 블랙넛.

블랙넛은 '그냥 가볍게 X감 / 물론 이번엔 키디비 아냐 / 줘도 안 X먹어', '솔직히 난 키디비 사진 보고 X 쳐봤지'라는 가사로 여성 래퍼 키디비를 성희롱했다. 이에 대해 키디비 측은 블랙넛을 상대로 명예훼손이 아닌 성폭력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 음란)과 사이버 모욕죄목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블랙넛은 묵묵부답을 일관, 키디비는 "힙합이 방패가 되는 상황도 서러운데 법까지 방패가 되어버릴까 봐 두렵다.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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