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세계태권도선수권 고득점 경기 속출, 개정된 규칙 효과 만점!

입력 2017-06-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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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무주세계태권도대회

39-27. 핸드볼 스코어가 아니다. 26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 T1경기장에서 열린 2017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68㎏급 32강전에서 나온 점수다. 이대훈(25·한국가스공사)과 예라실 카이르벡(카자흐스탄)의 맞대결에서 총 66점이 나온 것이다. 비단 이 경기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 전체적으로 고득점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두 자릿수는 기본이고, 한 선수가 30점 이상 뽑아내는 경기가 속출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는 개정된 경기규칙의 효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11월16일(한국시간) 캐나다 버나비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경기규칙 및 규약이 이번 대회에 적용됐다. 기존의 1점이던 몸통공격의 배점에 차등을 뒀다. 주먹 몸통공격은 1점을 유지했지만, 발 몸통공격에 2점을 주기로 했다. 몸통 회전공격과 머리공격은 3점, 머리 회전공격에는 4점을 부여한다. 한번에 4점을 잃을 수도 있는 터라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날 여자 67㎏급의 김잔디(용인대)가 폴리나 칸(러시아)과 16강전 2라운드에서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3점짜리 머리공격으로 흐름을 바꾸며 역전승을 따낸 것이 좋은 예다.

사진제공|세계태권도연맹


그뿐만이 아니다. 감점 제도가 강화돼 방어자세를 취하기도 어려워진 것도 고득점과 궤를 같이한다. 기존에는 한 차례 경고가 주어졌지만, 이제는 곧바로 감점된다. 감점 10점이면 점수에 관계없이 패배다. 상대방의 공격을 방해하거나 차단하는 앞발 동작을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했다. 의미 없이 다리를 올리거나 유효타를 막기 위해 허공에 헛발질을 하는 행위가 3초간 이어지면 곧바로 감점된다. 이 경우 상대 선수에게 1점이 주어진다. 상대의 발차기 공격을 방해하기 위해 다리를 올리거나 허리 아래쪽으로 다리를 들어도 안 된다. 실제로 선수들이 경기 도중 발차기 준비자세를 취하다가도 감점을 의식해 곧바로 원래의 자세로 돌아가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여자 67㎏급 세계랭킹 1위 누르 타타르(터키)는 마테아 옐리치(크로아티아)와 8강전에서 3-4로 패색이 짙었지만, 종료 6초를 남기고 상대 감점에 편승해 연장 끝에 승리를 따냈다. 이기기 위해선 쉬지 않고 공격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의미다.

WTF 관계자는 “태권도가 익사이팅하게 바뀌었다는 의견이 많다”며 “이번에 새로운 경기규칙을 적용하고 보완할 점은 2020도쿄올림픽에 앞서 수정할 것이다. 좀처럼 점수가 나지 않아 ‘발 펜싱 같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경기규칙을 개정한 것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점수도 많이 나고 있어 확실히 효과를 보는 듯하다”라고 밝혔다. 이대훈은 “경기규칙이 개정되고 나서 선수들이 한층 액티브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무주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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