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출연 롯데 조지훈 응원단장의 ‘1박2일 24이닝’ 체험담

입력 2017-07-01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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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조지훈 응원단장.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27~28일 LG와 1박2일, 정확히 10시간43분 동안 총 24이닝을 했다. 감독, 선수들도 녹초가 될 지경이었겠지만 보는 사람들도 지칠 만한 어지러운 흐름의 연속이었다. 관중들을 이끄는 롯데 조지훈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에게도 극한을 경험한 시간이었을 터다. 30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조 응원단장은 마침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었다. 미국 방송사 CNN에서 롯데의 응원문화를 취재하기 위해 사직구장을 찾아온 것이다. 또 한명의 롯데 출신 ‘월드스타’의 등장인 셈이다.


-1박2일 동안 연속 12이닝 연장전, 힘들었겠다.

“늦어도 11시면 끝나는데, 이틀 연속 그렇게 끝나서 아무래도 체력적으로는 힘들었다. 그래도 첫날은 이겨서 덜했다. 둘째 날 경기도 질 뻔한 경기를 비겨서 덜 피곤했다.”


-27일 10회초 LG에 만루홈런을 맞자 관중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그럴 때 힘들 것 같다.

“팬들이 쫙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어떡하나’ 난감했다. 연장에서 만루홈런을 맞았으니…. 10회말 단상에 섰을 때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없어져서 당황했다. 솔직히 심정을 말했다. ‘흐름이 넘어갔는데 남아계신 팬 여러분이 힘내라고 박수쳐주시면 선수들도 최선 다해줄 것 같다.’ 그런데 반전이 기다리고 있어서 나도 깜짝 놀랐다. 올해까지 12번째 시즌인데 먼 훗날 내 인생에서 영원히 기억에 남는 경기일 것 같다.”


-9이닝에 맞춰 체력조절을 잘 하겠지만 연장전 가면 응원단도 피로가 극심할 것 같다.

“‘공격 때 열심히, 수비 때 대기’하는 식이다. 9회를 끝이라 보고 한다. 연장에 가면 선수들만큼이나 힘들다.”

롯데 조지훈 응원단장.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28일 자정을 넘길 때 무슨 생각이 들던가?

“1박2일 역사의 경기 현장에 내가 있구나. 그리고 제발 이겨라.”


-그 다음날 또 12회를 했다.

“나도 처음이었다. 신기한 것이 게임 흐름은 전날과 비슷했다. 하나 바람은 이대호 선수한테 만회의 찬스가 왔으면 했는데 12회 동점홈런을 칠 줄은 몰랐다.”


-치어리더도 못지않게 고생했을 텐데.

“그날만큼은 ‘수고했다’는 얘기 많이 해줬다. 평소에도 하긴 하는데 그 이틀만큼은 진짜 서로 격려하며 열심히 응원했다. 되게 안쓰러웠다.”


-그 다음에 29일은 비가 와서 좋았겠다.

“솔직히 좋았다. 그런데 왠지 경기를 해도 롯데가 지지 않을 것 같았다.”


-최악의 순간이라도 매일 롯데가 이길 수 있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물론이다. 선수들의 이기려는 마음 아니까 이길 수 있다고 늘 생각한다. 팬들도 그런 기대를 갖고 야구장 오니까 부응해야 한다.”

롯데 조지훈 응원단장.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0-13으로 롯데가 지고 있어도 응원단장은 포기하면 안 되겠다.

“그렇다. 팬들은 승리 이상으로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바란다. 터닝 포인트가 오늘이라는 마음으로 단상에 선다.”


-경기가 길어지면 에너지 보충은 어떻게 하나?

“팬들이 갖다 주시기도 하는데 경기 중에는 최대한 참는다. 몸이 무거워지니까. 경기 끝나면 집에 가서 늦게라도 밥 먹는다. 먹고 1시간 이상은 지나서 잔다.”


-CNN이 왔다.

“롯데 응원문화에 대해 취재하며 응원단장인 나한테 많이 묻더라. 나한테 이런 날이 올 줄은….(웃음)”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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