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하성의 재능발견, 4번타자는 딱 맞는 옷이었다

입력 2017-07-05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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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하성. 스포츠동아DB

센터라인(포수~2루수~유격수~중견수)의 중심인 유격수는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이다. 넓은 수비범위와 정확한 송구능력이 동반돼야 버틸 수 있다. 공격력이 아주 뛰어나지 않아도 안정된 수비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공격력까지 뛰어난 유격수의 가치는 대단히 높다. 넥센 김하성(22)이 그 대표적인 예다.

김하성은 2014시즌 입단해 풀타임 첫해인 2015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타격 재능을 뽐냈고, 지난해에는 생애 첫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가치를 높였다. ‘쾌속성장’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행보다. 올해 6월13일 고척 NC전부터는 팀의 상징과도 같은 4번타자 자리를 꿰찼다. 이후 4일 고척 한화전까지 빠짐없이 팀의 4번타자로 출장하며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4번타자 유격수’라는 타이틀은 공수 양면에서 팀의 중심이라는 증거다.


● 방황 끝 4번 정착, 해결능력도 만점!


올 시즌 초반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5월까지 타율이 0.250(168타수42안타)으로 그리 높지 않았다. 5월14일 삼성전 직후 0.22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타순도 한때 8번까지 내려갔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그가 4번으로 자리 잡기 전인 6월12일까지 타율도 0.268에 불과했다.

그러나 4번타자라는 옷을 입기 무섭게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4번타자로만 출장한 최근 17경기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타율 0.354(65타수23안타), 3홈런, 17타점, 출루율 0.411, OPS 0.996의 맹활약이다. 올 시즌 타율도 0.288(274타수79안타)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득점권에서 타율 0.381, 2홈런, 15타점의 맹타를 휘둘렀고, 주자 있는 상황에서 타율이 무려 0.424(33타수14안타)다. 주자가 없을 때(타율 0.281)와 견줘 위압감을 준다. 또 올 시즌 11개의 홈런 가운데 8개가 득점권에서 터졌는데, 이는 SK 최정과 함께 득점권 홈런 부문 공동 1위다. 4번타자의 덕목 가운데 하나인 해결능력까지 뽐내고 있다는 증거다.


● 데뷔 첫 4번타자, 부담 없이 즐긴다

더 놀라운 점은 또 있다. 김하성은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선발출장은 물론이고 대타로도 4번타자로 나선 적이 없다는 것이다. 넥센 장정석 감독도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도 4번타자로 나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곤 하는데, (김)하성이는 오히려 4번으로 나가는 것을 즐기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공수겸장 유격수를 넘어 4번타자로서 재능까지 발견한 셈. 무엇보다 무더운 여름이 다가올수록 수비 부담과 겹쳐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는 김하성에게는 딴 세상 얘기인 듯하다. 팀도 김하성이 4번타자로 자리 잡은 뒤 10승7패로 순항 중이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날이 갈수록 모든 면에서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김하성의 한계가 어디일지 궁금하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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