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홈런만 4방’, SK 힐만 매직의 담대함

입력 2017-07-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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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과감한 대타 승부로 올 시즌 SK의 약진을 이끌고 있다. 승부처마다 적중되는 힐만 감독의 지략은 SK 팀 전력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야구에서 감독의 지분은 어느 정도일까?

야구관에 따라 천차만별의 답변이 나오겠지만 현대야구에서 대체적 견해는 ‘별 영향이 없다’는 쪽이 우세하다. ‘감독이 잘해서 질 경기를 이기는 사례보다, 감독이 괜히 건드려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칠 때가 더 많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그러나 KBO리그로 범위를 좁히면 감독의 역량은 의외로 커진다. 감독의 전술능력이나 매니지먼트에 따라 팀의 문화가 바뀌고, 경기력이 올라가는 케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NC 김경문 감독, KIA 김기태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 등이 이 범주에 해당될 터다. 그리고 2017시즌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그 반열에 입장하고 있다.

힐만 감독은 9일 사직 롯데전 7회에 두 차례의 대타 작전으로 흐름을 가져왔다. 0-0 상황에서 선두타자 박승욱 대신 김성현을 대타 투입했는데,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이어 1사 1·3루에서 나주환의 적시타로 0의 균형을 깼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한동민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추가점이 나왔다. 여기서 힐만 감독은 5번타자 정의윤을 빼고, 정진기를 대타 투입했다. 정의윤은 2016시즌까지 SK에서 4번타자를 맡으며 타율 0.311 27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타자였다. 2017시즌에도 8일까지 타율 0.301을 기록 중이었다.

SK 정진기. 스포츠동아DB


그러나 힐만 감독은 망설임 없이 롯데 우완투수 박시영를 겨냥해서 좌타자 정진기를 넣었다. 정진기는 직전까지 우투수 상대로 홈런 7방을 쳐냈다. 또 득점권 타율은 0.308에 달했다.

정진기의 데이터를 믿은 힐만의 담대함은 결정적 순간을 낳았다. 정진기는 2B-1S에서 박시영의 시속 147㎞ 직구를 받아쳐 비거리 125m짜리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정진기 야구인생 첫 만루홈런이자, 최초의 대타 그랜드슬램이었다. 2017시즌을 통틀어서도 대타 만루홈런은 이택근(넥센) 이후 정진기가 두 번째였다. 정진기의 시즌 11호 홈런이기도 했다.

SK의 대타 성공률은 8일까지 80타석 75타수 19안타 5사사구였다. 대타 타율은 0.253이었는데, NC에 이어 전체 2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9일 김성현과 정진기의 연속 대타작전 성공으로 SK의 대타 성적은 타율 0.273 4홈런으로 상승했다. SK 에이스 켈리의 역투가 있었음에도 위험했던 경기를 가져온 원동력은 힐만의 혜안이었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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