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넥센 밴헤켄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다행히 재활은 순조로웠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어깨통증은 투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게다가 밴헤켄은 2012년부터 KBO리그에서 뛰면서 5년간 너무 많은 공을 던졌다. 30대 후반,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도 무시할 수 없었다. 실제 그는 재활을 마치고 5월 12일 대구 삼성전에서 복귀전을 가졌지만 5이닝 동안 9안타를 맞으면서 4실점하면서 패전을 떠안았다. 한 달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6월 11일 광주 KIA전에서도 3.1이닝 3실점(2자책점)하면서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교체설이 조금씩 피어올랐다.
그러나 밴헤켄은 주변의 우려를 불식하고 조금씩 컨디션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6월 17일 고척 롯데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거두더니, 다음 등판이었던 23일 고척 LG전에서도 7이닝 2실점(1자책점)하며 2연승을 내달렸다. 7월 5일 고척 한화전에서 4.2이닝 5실점하면서 다시 흔들렸지만,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4안타 7삼진 무실점의 쾌투로 시즌 5승(4패)을 수확했다.
밴헤켄은 이날 최고 구속 146㎞의 빠른 공과 낙차 폭이 큰 포크볼, 두 구종만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물론 체인지업과 커브를 중간중간 섞었지만 카운트를 잡는 공과 헛스윙을 유도하는 공, 두 가지 포크볼에 두산 타자들이 꼼짝하지 못하고 당했다. 4회 2사 1·2루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위기 없이 6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졌다.
타선도 돌아온 에이스를 도왔다. 1회 채태인의 2점홈런을 비롯해 3점을 뽑아내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했고, 6회에도 상대실책을 틈타 사실상 승부를 가르는 득점에 성공하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밴헤켄의 부활은 넥센에도 큰 의미가 있다. 최근 7승1패를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팀에 힘을 보탰을 뿐 아니라 후반기 전망도 밝혔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경기 전 “후반기 가장 큰 과제는 선발진 안정”이라고 했다. 시즌 초반 기대했던 션 오설리반이 부진했고, 밴헤켄이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토종 투수들로만 겨우 선발진을 꾸려야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설리반의 교체외국인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제 역할을 해주면서 점차 팀이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화룡정점으로 밴헤켄까지 살아나면서 마운드가 한층 높아졌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