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 차범근’ 담은 첫 박사학위 논문 나온다

입력 2017-07-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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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스포츠동아DB

본지 최현길 전문기자 첫 학문적 연구
‘축구로 성공 했기에 축구를 위해 헌신’
차범근 인생 관통하는 ‘사명감’ 재조명


축구인 차범근(64)은 한국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선수, 감독, 유소년지도자, 행정가로서 한국축구발전에 크게 기여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위대한 선수’ 차범근은 1970년대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를 호령했고, 1980년대에는 세계최고 무대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인한 기록에 따르면, A매치 136경기 출전 58골(FIFA 승인 기록은 121경기 55골), 한국인 선수 최초 센추리 클럽 가입, 한국인 선수 중 역대 최다 A매치 골, 독일 분데스리가 308경기 출장 98골 등을 기록했다.

‘선구자’ 차범근은 한국 축구선수가 유럽무대에 진출한다는 건 상상 조차 어려웠던 1970년대에 혈혈단신 유럽으로 건너갔고, 역경을 딛고 10년간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다. 그의 도전정신은 후배들에겐 커다란 동기부여가 됐다. 그의 독일진출 이후 한국 선수들은 잇따라 해외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유소년 지도자’ 차범근은 어린 선수들에게 투자를 해야만 한 나라의 축구가 강해질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축구교실을 통해 유망주를 조기 발굴했고,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상을 제정해 시상하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와 비전을 제시했다. 축구교실과 축구상에는 그의 축구철학이 오롯이 녹아 있다. 지금도 유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이러한 차범근의 노력과 성과,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그의 축구생애에 대한 체계적이고 학문적인 연구는 없었다.

이번에 차범근의 축구생애를 다룬 박사학위 논문이 나왔다. 논문 주제는 ‘축구인 차범근 생애사 연구’다. 논문 저자는 최현길 스포츠동아 전문기자, 논문 지도교수는 이용수 세종대학교 교수(대한축구협회 부회장)다.

이 논문은 차범근의 축구생애를 다룬 최초의 논문이다. 최 기자는 8월 18일 열리는 세종대학교 2017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 논문은 문헌자료연구와 심층면담으로 50 여년에 걸친 차범근 축구인생의 가치관과 그 가치관 형성의 배경을 밝혀내고자 했다. 주요 키워드는 ▲땀의 가치 ▲도전 정신 ▲프로의 속성 ▲슬럼프도 극복의 대상 ▲축구의 진정한 가치 ▲지도자의 마음가짐 ▲승부조작 발언과 징계 ▲대표팀 운영의 선진화 ▲월드컵의 아픈 기억들 ▲축구교실축구상과 비전 등이다.

특히 이 논문을 통해 드러난 것은 차범근 축구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사명감이라는 사실이다. 축구를 통해 성공했고, 축구 덕분에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기에 축구를 위해 헌신해야한다는 생각, 그게 바로 사명감이었다.

축구인들의 삶을 개선하고 윤택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축구교실을 만들고, 축구상을 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 모든 걸 스스로 해내겠다는 생각이었다. 자신은 배고픈 시절을 보내며 좋은 축구를 배울 수는 없었지만 후배들에게는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게끔 노력했던 것이다. 이 모든 게 차범근에겐 사명으로 다가왔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이 같은 삶의 가치관은 후배 축구인들에게는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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